여러분이 생각하는 인공지능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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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7-29 05:45   수정 2021-07-29 06:19

여러분이 생각하는 인공지능은 무엇입니까?



시대(時代)란, 역사적으로 어떤 표준에 의하여 구분한 일정한 기간을 일컫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가 인공지능 시대를 살고 있다는 최근의 논거들은 현재 우리의 삶이 '인공지능'이라는 표준에 의하여 구분되는 특정 시기에 놓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시대의 표준, 즉 인공지능에 관해 모두가 동의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개념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표준이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특정 목적을 위한 연구 또는 정책 수립 과정에서 필요에 의한 조작적 정의만 존재할 뿐이다. 논의 주체 간 인공지능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는 논의 과정에서 자칫 불필요한 행정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이러한 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동안 인공지능의 개념을 정립하기 위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비단 1956년 다트머스 회의(Dartmouth Conference)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유럽의회(EC; European Commission)는 인공지능에 관한 개념적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유연하면서도 확장 가능한 방향으로 그 개념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가령, 2018년 EC는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주변 환경을 분석하고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지능적 행위를 보이는 시스템”으로 정의한 바 있으며, 2019년 EC 인공지능 고위전문가 그룹(HLEG; High-Level Expert Group on AI)은 위 개념을 기초로 인공지능 정의 내용을 업데이트하였다. 해당 문서에 따르면 AI는 “복잡한 문제 해결을 위해 인간에 의해 고안된 시스템으로,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정형화 또는 비정형화 데이터를 수집한 후, 추론 과정을 통해 최선의 행동을 결정하는 시스템”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정의는 인공지능의 범위가 매우 넓음을 인정하고 최대한 많은 영역을 포함하되 환경(environment), 데이터(data), 최선의 행동(best action) 등의 필수 요소를 제시하여 불명확성을 줄이려는 시도로 판단된다. EC뿐만 아니라 GPAI, OECD, IEEE 등 여러 단체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인공지능을 정의하고 있는데, 실제로 이 정의가 시장에서 표준으로 작용하고 있을까?

필자는 최근 인공지능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제조, 교통·물류, 금융, 의료, 공공·안전 등 5대 분야의 인공지능 기술 활용 기업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도입 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전체 조사 대상 368개의 기업 중 약 14.7%에 해당하는 54개 기업이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고 있었으며, 도입하지 않은 기업 중 24.5%가 향후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이 숫자가 시사하는 바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필자가 느꼈던 것은 실제 현장에서 생각하는 인공지능의 범위가 매우 다르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이런 유형의 조사는 인공지능의 정의와 함께 자연어 처리와 같은 세부 기술 유형, 무인 고객 대응, 지능형 교통 정보시스템과 같은 활용 사례 등을 함께 제시하면서 인공지능 도입 여부를 물어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조사에서도 EU, Gartner 등 이미 타 기관에서 조사했던 내용을 기초로 위와 유사한 방식으로 문항을 설계하였는데, 실제로 응답하는 기업으로서는 큰 혼란스러움을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혼란스러움은 온전히 그들만의 몫이 아니고 필자의 몫이기도 했다. 조사 과정에서 “우리 기업은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는데 이것도 인공지능이 맞나요?” “고객 말씀에 반응하여 자동으로 응답하는 챗봇을 사용 중인데 이것도 인공지능이 맞나요?” 등 인공지능 판단 여부에 대해 많은 질문을 받았다. 조사를 설계한 입장에서 “네, 인공지능이 맞습니다.” 혹은 “아니오, 그것은 인공지능이 아닙니다.”라고 설명하기까지 많은 고뇌의 시간을 거쳐야만 했다. 물론 필자가 아직 인공지능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점도 있겠지만, 주어진 정의만으로 실제 현장의 개별 사례 하나하나에 대해 인공지능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힘들었던 작업이었다.

개인적인 경험 외에도 이와 유사한 해외 인공지능 도입 현황 조사 결과에서 나타나는 인공지능 도입율의 낮은 일관성 또한 필자의 의구심을 뒷받침하고 있다. 2020년 EC의 조사에서는 EU 기업의 42%가, 2019년 Mckinsey & Company의 조사에서는 전 세계 기업의 48%가, 그리고 2020년 Gartner의 CIO 설문조사에서는 전 세계 기업의 24%가 인공지능을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거의 2배에 가까운 편차를 보이고 있었다. 국내 조사들도 비슷한 경향을 보이는데, 예를 들어 지난 1월에 발표된 KDI의 ‘AI에 대한 기업체 인식 및 실태조사’에서는 국내 기업의 3.6%가, 작년 NIA에서 발표한 ‘정보화실태조사’에서는 국내 기업의 2.5%가, 지난 6월에 발표된 KISDI의 ‘주요 산업별 인공지능(AI) 도입 현황 및 시사점’에서는 국내 기업의 14.7%가 인공지능을 도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과 조사 방법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국내외 조사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편차는 기업 현장에서 생각하는 인공지능이 서로 다를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으로 작용한다. 비단 기업뿐만 아니라 실제로 제품 및 서비스를 사용 중인 일반 국민의 입장으로 넘어가면 그 인식의 차이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공지능 도입률을 당장 인공지능 상용화 또는 대중화 정도의 척도로 삼기는 어렵다. 인공지능 도입률이 낮다는 것은 실제로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부분이 적은 것일 수도 있지만, 수요자 관점에서 인공지능을 엄격하게 인지하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령, 필자가 국내 인공지능 활용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제조 분야가 타 분야 대비 인공지능 도입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국내 제조 분야가 인공지능이라는 용어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이전부터 이미 어느 정도 선진화 또는 자동화가 이루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새로 적용하는 신기술을 인공지능으로 인지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 상용화 또는 대중화에 필요한 것은 획일화된 개념 하에 단순히 인공지능을 얼마나 많이 도입하고 있는지가 아니라 인공지능을 어떤 방식으로 인지하고 있으며, 세부적으로 어떤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고 있는지, 주로 어느 분야에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결국 정해진 답이 없음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인식의 차이를 좁히는 방향보다는 그 차이를 인정하고 개별 그룹에 특화된 맞춤형 전략을 통해 인공지능 상용화 또는 대중화를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다.

애초에 인공지능에 대한 서로 다른 인식은 '인공지능'이라는 단어에 기인한다. 인공지능(人工知能) 또는 AI(Artificial Intelligence)를 문자 그대로 번역하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지능’으로 해석되는데, 애초에 이는 인위적으로 지능을 만들어보겠다, 즉 인간과 유사하게 행동 또는 생각하는 무엇인가를 만들어보겠다는 인간의 의지 또는 목적 지향적인 개념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작금의 '인공지능'은 1956년에 설정된 이 단어에, 딥러닝과 같은 급격한 기술 발전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실망이 얹어지면서 여러 개의 페르소나를 갖게 된 것이다.

인공지능은 앞으로도 널리 사용될 단어이며, 이 용어에 대한 인식 차이에 따른 오해를 줄이기 위해 많은 연구자들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개념을 정립해 나갈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인공지능 기술이 특이점에 다다를수록 그 개념이 명확해질 수 있을지는 몰라도, 여전히 당분간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서로 다른 인공지능이 존재할 것이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인공지능은 무엇입니까?

김경훈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現) 글로벌인공지능파트너십(GPAI) 혁신 및 상용화 분과 전문위원
前) 정보통신정책연구원 AI전략센터장

<참고문헌>
EC(2019), A definition of artificial intelligence: main capabilities and scientific disciplines
EC(2020), European enterprise survey on the use of technologies based on artificial intelligence
Gartner(2020), 2020 CIO agenda
KDI(2021), AI에 대한 기업체 인식 및 실태조사
KISDI(2021), 주요 산업별 인공지능(AI) 도입 현황 및 시사점
McKinsey & Company(2019), Global AI survey: AI proves its worth, but few scale impact
NIA(2020), 정보화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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