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 이하 아파트 없나요" 전화 폭주…정부 엄포에 불안한 2030

입력 2021-07-30 06:08   수정 2021-07-30 11:18

“또 대출 규모가 줄까봐 불안해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제 하루 20건이 넘는 전화 문의가 쏟아졌습니다. 이 중 대부분은 7억원 이하 아파트를 찾는 문의였습니다.”(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인근 Y공인 대표)

정부가 ‘영끌’과 ‘빚투’를 막기 위해 하반기 가계대출을 더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내 집 마련’을 미처 하지 못한 2030세대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대출 규모가 다시 줄어들기 전에 서둘러 매매에 나서야 한다는 움직임이 늘면서 부동산시장의 불안도 가파르게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금융위원회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엔 가계대출 규모가 축소될 전망이다. 전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하반기엔 (상반기보다) 가계대출이 더 엄격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 가계대출 증가율을 연간 5∼6%로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반기 증가율을 연간으로 환산하면 8∼9% 정도 된다”며 “연 5∼6%가 되려면 하반기에 연 3∼4%로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다소간의 비판과 부작용을 감수하겠다”고도 했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제2금융권 가계대출도 규제차익으로 인한 시장왜곡이 없게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40%인 시중은행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한도가 20%포인트 높아 대출 쏠림의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제2금융권도 옥죄겠단 의미다. 다만 코로나19로 매출과 신용도가 하락한 자영업자·소상공인, 무주택 서민 실수요자에 대한 자금 공급의 길은 열어 두겠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고강도 대출 규제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기 전에 매수를 서둘러야는 심리가 커지고 있다. 30대 대기업 직장인 양모 씨(34)는 “정부가 다시 대출 규제를 언급하며 엄포를 놓는 것을 보고 마음이 조급해져 서울 내 7억원대 이하 아파트 거의 대부분을 문의하고 있는 중”이라며 “무주택자에 대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완화하겠다고 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대출 규제를 언급하나. 계속 매수 심리를 자극하는 건 정부라는 생각이 든다”도 비판했다.

강서구 화곡동에서 4억원대 단지에 살다가 7억~8억원대 아파트로 갈아타기를 계획하고 있는 30대 중반의 강모 씨(36)·최모 씨(34·여) 부부는 “정부가 주택 투기와 관련없는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의 문은 열어두겠다고 했지만 무주택자에 대한 언급만 하더라”며 “갈아타기 수요는 실수요가 아니냐. 이번 기회에 다음 아파트를 사지 않으면 영원히 갈아타기 기회를 놓칠 것 같아 무조건 매수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수요가 늘면서 중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오름세가 다시 가팔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구로구는 KB국민은행 조사에서 1㎡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이달 처음으로 1000만원을 넘어섰다.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강북권의 경우 전용면적 60~85㎡의 중소형 아파트 매매가격이 8억9257만원을 기록, 9억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실제 거래에서도 구로구 오류동 영풍마드레빌 85㎡는 한 달 사이 4000만원 가량 오른 7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성북구 돈암동 한신한진 68㎡ 역시 이달 7억5500만원에 거래돼 지난 5월 대비 7700만원 상승했다. 6억~7억원대 아파트는 이달 무주택자의 LTV가 완화되면서 대출 가능 금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가격대다. 투기과열지구에서 무주택자가 7억원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기존 LTV를 적용하면 2억8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했지만, 이달부터는 대출 가능액이 최대 4억원으로 1억2000만원 늘었다.

이 때문에 서울 도봉구에선 지난 6월부터 지난 29일까지 약 두 달간 281건의 매매 거래가 이뤄졌는데, 이 중 7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를 사고 판 거래가 228건으로 81.1% 달했다. 구로구의 상황도 비슷했다. 매매 거래 139건 중 106건(76.2%)이 7억원 이하 아파트 계약이었다.


도봉구의 T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출규제 강화 카드가 재차 언급된 만큼 수요자들 사이에선 얼른 집을 사야겠다는 인식이 커지지 않을 수가 없다”며 “어제는 결혼을 1년이나 남겨둔 예비 신혼부부가 집부터 사야겠다며 중개업소를 찾는 등 내 집 마련을 못할 지도 모른다는 시장의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노원구의 I공인 대표도 “대출을 막으면 주택 구입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 계층은 자금이 많지 않은 젊은층”이라며 “규제에 대한 으름장을 놓을 때마다 중저가 단지들의 매수세가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관련 고강도 금융 규제를 끊임없이 내놨다. 앞서 각각 60%, 70%까지 가능했던 총부채상환비율(DTI)과 LTV는 현 정부 들어 각 40%(서울 기준)로 축소했으며 2018년엔 DSR 규제도 도입했다. 작년만 해도 서울 등 규제지역 9억원 넘는 집의 주택담보대출에 적용했던 DSR 40% 규제를 6억원 초과 주택으로 확대했다. 시가 9억원 넘는 주택으로 주담대를 받는 경우 9억원 초과분엔 LTV 20%를 적용했다. 시세 15억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의 주담대는 전면 금지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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