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마른 서울 매물…1260가구 대단지도 '제로'

입력 2021-08-04 17:41   수정 2021-08-12 16:00


“세금 문제로 집을 팔아야 하는 사람들이 지난 6월 전에 정리를 끝냈죠. 간혹 호가를 신고가보다 수억원 높여 ‘안 팔리면 말고’ 식으로 내놓는 배짱 매물만 있을 뿐입니다.”(서울 반포동 A공인 대표)

반포동 삼호가든 사거리 인근의 ‘반포미도1차’(1260가구)는 매물이 한 가구도 없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전용면적 84㎡ 단일 주택형으로 구성된 이 단지는 지난 6월 25억원에 신고가를 썼다. 이후 매수자 문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한 달째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양도소득세율이 큰 폭으로 높아진 이후 서울 아파트 ‘매물 잠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규제지역의 3주택 이상자는 주택 매도 때 최고 75%의 양도세를 물어야 하는 등 거래 비용이 커지자 매매 대신 증여를 택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양도세 강화 방안을 추진하면서 서울 등 핵심 지역 아파트가 갈수록 구입하기 어려운 ‘한정판’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서울 아파트 매물 한 달 새 8.6% 감소
4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은 3만9877건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4만3660건)에 비해 8.6% 감소했다. 두 달 전인 6월 4일(4만5066건)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11.5%로 더 크다.

현장에선 매물이 없거나 1~2개뿐인 단지가 많다. 동작구 대방동 ‘대방주공2단지’(798가구)는 지난 6월 4건의 손바뀜이 이뤄진 뒤 매물이 하나도 없다. 서초구 방배동 ‘신동아’(493가구), 강서구 마곡동 ‘마곡엠밸리10단지’(550가구)도 마찬가지다.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1356가구)과 강남구 일원동 ‘가람’(496가구), 강동구 둔촌동 ‘신성미소지움1·2차’(738가구), 용산구 이촌동 ‘그린’(499가구) 등은 거래 가능한 매물이 한 개뿐이다.

서울 아파트 매물 품귀 현상은 양도세 중과에서 비롯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7·10 부동산 대책’에 따라 올 6월 1일부터 다주택자와 단기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율이 대폭 상향됐다. 규제지역의 경우 2주택자는 기본세율(6~45%)에 20%의 중과세율이 붙는다. 3주택 이상자는 중과세율 30%가 적용돼 최대 75%를 내야 한다. 1년 미만 보유자는 기존 40%에서 70%로, 2년 미만은 기본세율에서 60%로 각각 높아졌다.

아파트 거래량도 줄어들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356건으로, 지난 5월(4797건) 후 2개월 연속 감소세다. 2019년 3월(2282건)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KB리브부동산)는 103.3으로, 지난 3월(82.0) 후 4개월 만에 기준선인 100을 넘겼다. 매수우위지수는 100을 넘어 수치가 클수록 시장에 매도자보다 매수자가 많다는 뜻이다.
강남 아파트, 매매 대신 증여 행진
아파트를 파는 대신 자녀에게 증여하는 사례는 늘고 있다.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총 1698건으로, 지난 5월(1261건)보다 약 35% 증가했다. 25개 자치구 중 송파구가 629건으로 가장 많았다. 전월(82건)보다 7.7배 급증했다. 이어 강동구(332건), 강남구(298건) 순으로 나타났다. 강남권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양도세를 물고 파느니 차라리 증여하자”는 분위기가 번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여당이 다주택자 및 고가 주택 소유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축소하는 내용의 양도세 개편안을 추진하면서 장기적으로 매물 잠김 현상이 심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시장 분위기를 주도하는 서울 강남 등 주요 지역 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등 민간 정비사업 지체로 신규 공급이 막혀 매물이 나올 만한 유인이 없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는 보유세를 강력하게 매김으로써 다주택자의 매물을 회수하는 동시에 양도세를 강화해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공공이 환수한다는 방침이었다”며 “양도세 때문에 시장에 공급이 오히려 줄어들면서 신고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양도세를 강화할수록 팔지 않고 버티거나 증여 등의 방법으로 우회 퇴로를 찾는 다주택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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