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우리도 햄릿일까?

입력 2021-08-08 17:48   수정 2021-08-09 00:17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 고민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어려운 선택이다. 물론 어떤 음식을 선택했든 자신의 선택이기 때문에 끝까지 먹어야 한다. 이렇게 의사결정은 자신의 선택이기 때문에 책임이 따른다.

살아가는 것은 의사결정의 연속이다. 누구나 하루에도 수십 번 의사결정을 한다. 무엇을 먹을지,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할지,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 어떤 얘기를 할 것인지까지 결정해야 한다. 사실 ‘5W1H’는 모든 의사결정을 모아놓은 것이다. 의사결정을 하면 할수록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그래서 조직의 최종 의사결정자인 회장, 사장, 이사장 등은 막강한 권한과 높은 보상을 받는다.

어느 조직이든지 의사결정 과정과 그 결과에 대한 불만은 늘 있다. 과거에는 마초형 리더가 의사결정을 독차지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러다 보니 조직의 장은 자주 등장하는 술안주였다. 반면 현명한 리더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결정 과정을 투명하고 자발적 참여가 가능하도록 이끈다. 이런 조직은 어떤 난관이 닥쳐도 잘 극복하고 발전할 수 있다.

리더의 역할뿐 아니라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외부 요인이 얼마나 되느냐도 중요하다. 과거와 달리 사회가 글로벌, 다원화되고 사람들도 자기주장이 강해졌다. 그만큼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의사결정 자체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데 변수마저 증가하니 의사결정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늘어간다.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않을수록 결정된 사안에 대해 비판만 커진다.

빠른 사회 변동으로 국가부터 개인까지 의사를 결정할 사안이 많아졌다. 그러나 누구도 의사결정을 하지 않으려 한다. 의사결정의 책임과 스트레스를 집단적으로 회피하는 일종의 ‘햄릿 증후군(Hamlet Syndrome)’ 혹은 ‘집단적 결정장애 증후군’이 덮치고 있는 것이다. 역량을 갖추고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햄릿이 지금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한국인이면 누구나 다 인정할 것이다. 저출산, 교육, 복지, 환경, 주거 문제 등 사회 전체가 미래로 향하는 데 빨리 처리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의사결정은커녕 토론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역사적 변곡점에서 빠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의 차이는 향후 크게 벌어질 것이다. 국가는 국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미래의 과제를 빨리 정하고 실행해야 한다. 가정에서도 아이들에게 의사결정 권한을 일부 이양해 보는 것도 훗날 인재로 키우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지금 세계는 시작이 반이 아니라 전부인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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