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위 결정도 묵살…'乙' 지킨다며 기업 팔 비트는 '甲지로위원회'

입력 2021-08-10 17:40   수정 2021-08-18 15:34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민간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거나 행정부·사법부의 판단을 무시하는 식으로 을(乙)의 민원 해결을 추진하는 건 정치권이 할 수 있는 권한을 넘어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당 내에서도 “너무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정작 기업들은 아무 얘기도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다수의 기업 관계자는 을지로위의 이런 압박이 21대 총선에서 180석에 가까운 대승을 거둔 후 더 심해졌다고 토로했다. 또 대선을 앞둔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이 같은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거대 여당 탄생 후 압박 거세져
을지로위는 현재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SK브로드밴드에 하청업체인 중부케이블 직원들을 직고용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중부케이블이 직원들에게 원거리 발령을 내자 희망연대노조 등이 ‘부당노동행위’라며 을지로위에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하청업체의 원거리 발령 문제 처리를 위해 “원청이 직고용하라”는 건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이 나왔다. 심지어 고용노동부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가 “전보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돼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다”며 기각했던 사안이다. 그럼에도 을지로위는 올해 예정된 국정감사 등에서 이 부분을 문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LG그룹의 빌딩 관리 계열사인 S&I코퍼레이션은 지난해 말 건물 미화 하청업체였던 지수아이앤씨와 계약을 종료하며, 새로운 업체인 백상기업과 새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지수아이앤씨의 전 직원들은 고용 승계를 요구했지만 백상기업은 “전 직원들을 포함해 공개채용 과정을 거쳤고, 채용과정도 없이 고용 승계를 해달라는 건 새로 뽑은 직원을 내보내라는 말인데 그럴 수는 없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은 을지로위에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했고, 을지로위는 원청인 LG 측에 문제 해결을 압박했다. 결국 S&I가 지난 7월부터 ‘청소노동자 전원 LG 마포빌딩 근무’ ‘65세 정년연장 및 69세까지 1년 단위로 계약 연장’ 등에 합의했다. 전문가들은 법적 의무가 없는 고용문제에 대해 정치권의 압박에 굴복한 게 좋지 않은 선례가 될 것을 우려했다.

을지로위는 전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연합회의 민원을 받아 보험정비료 인상 문제에도 개입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정비료는 최저임금의 결정과정과 유사하게 공익위원들이 국토교통부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에서 결정한다. 법에서 정한 절차를 무시한 월권이라는 지적이다.
민주당 내서도 반감 표출
을지로위는 당사자 간 이견이 있어 소송이 진행 중인 사항까지도 개입하고 있다. 사법부의 권한까지 침해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쿠팡 물류단지에서 코로나19 감염 피해자가 나왔고, 피해자들은 쿠팡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피해 범위나 규모를 결정하는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을지로위는 소송이 진행 중인 사항임에도 쿠팡에 빠른 지원 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을지로위는 최근 비공개 회의에서 “피해자(소송 제기자)에 대한 피해지원 논의를 1차로 진행한 뒤 추후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 논의를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더라도 무력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을지로위의 무리한 운영이 이어지다 보니 당내 일각에서조차 현재 운영방식에 대한 반감이 표출되고 있다. 다만 반대 의견이 있어도 “을들을 위해 하는 일인데, 그럼 하지 말자는 거냐”는 분위기에 별 말을 못하는 상황이다. 민주당 지도부도 당내 이 같은 우려에 공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75명이 포함돼 있지만 모두 같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니다”며 “몇몇 강경 의원이 을지로위원회라는 거대 기구의 힘을 업고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지금 같이 민간 영역에 개입하는 건 분명히 조정자 역할을 뛰어넘어서는 과도한 행위”라며 “노조라는 정치적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움직인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성상훈/전범진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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