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 vs 20%.’
올해 들어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금(金) 가격과 미국 S&P500지수 변동폭이다. 하락세인 금과 비교하면 주식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위험에서 벗어난 미국 경기가 반등하며 기업들이 잇따라 어닝서프라이즈를 발표한 게 주가 상승 동력으로 꼽힌다. 경기가 살아나면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의 가치가 떨어지는 건 타당한 흐름처럼 보인다.
하지만 최근의 금 가격 하락은 예사롭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세계 각국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지만 중앙은행들이 경기 부양을 위해 낮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물가가 뛰고 금리가 낮아지면 안전자산 수요는 늘어난다. 금의 이런 역할마저 희미해졌다. 암호화폐 등 다양한 가치저장용 투자 수단이 등장해 금의 지위를 흔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움츠렸던 세계 경제가 회복하면서 각국의 물가상승률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의 올 6월 생산자물가(P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올라 2010년 11월 통계를 작성한 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중국의 지난달 PPI도 전년 동기 대비 9% 뛰었다. 올해 중국 PPI는 5월 9%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6월 8.8%로 하락했다가 다시 반등한 것이다.
‘고물가·저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금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조만간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금리가 올라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통상 금 가치는 떨어진다. 각국 정부가 긴축에 들어갈 게 뻔하기 때문에 금 가격 상승 여력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금은 장기 수익률도 초라하다. 최근 10년간 S&P500이 295%, 집값이 80%, 10년 만기 미 국채 지수가 21% 오르는 동안 금 가격은 0.02% 하락했다.
금 투자를 위험 분산 포트폴리오로 활용하는 것이 여전히 유효한지 의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주가가 내려가면 금값이 오르는 이른바 ‘음’의 상관관계가 점차 사라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2~3월 S&P500지수가 34% 폭락하던 때 금 투자 상품 가격은 39% 떨어졌다. 코로나19로 전례없이 불확실성이 커지자 모든 투자 수요가 얼어붙은 탓이다. 지난해 말 각국에 돈이 넘쳐나자 금과 주가는 함께 고공행진을 했다. 넘치는 유동성에 다양한 투자처로 돈이 몰린 것이다.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경쟁자 암호화폐가 극심한 가격 변동성으로 신뢰를 잃어가는 것도 금의 지위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JP모간은 지난 5월 보고서에서 자산가들이 비트코인을 버리고 금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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