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누구도 예상치 못한 호연, 학생들 열정으로 일구다

입력 2021-08-13 13:57   수정 2021-08-13 14:14

"김선욱과 백건우는 보고 싶은데 오케스트라가…."

솔라시안유스오케스트라의 공연을 앞두고 한 온라인 클래식 커뮤니티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대가들의 협연은 보고싶지만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새내기 음악 전공생들이라 티켓을 사야 할지 고민된다는 것. 하지만 지난 12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열린 공연은 예상을 뒤집었다. 까다로운 레퍼토리를 무난하게 소화하며 실력을 입증했다.

솔라시안유스오케스트라는 대구콘서트하우스가 전국 각지의 클래식 꿈나무를 모아 오케스트라 교육을 해주는 프로젝트성 악단이다. 독주자 중심으로 이뤄지는 음악 교육을 보완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로, 단원 대부분이 오케스트라 공연을 처음 접한 새내기들이다.


관객들은 단원들의 연주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지휘를 맡은 피아니스트 김선욱(사진)조차 호연이 될 거라곤 장담하지 못했다. 공연 전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에 대해 "새내기도 과분한 '애송이 지휘자'"라며 "내 실력을 알기에 그만큼 더 열심히 연습했다. 땀에 절어 하루에도 옷을 세 벌씩 갈아입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지휘자의 열정을 지켜 본 학생들도 하루에 12시간씩 맹연습을 하며 실력을 갈고 닦았다.

무대에 올라선 단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 단원은 계속 바지를 손바닥으로 쓸어만지며 마음을 달랬다. 미하일 글린카의 오페라 '루슬란과 류드밀라' 서곡부터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0번', 베토벤의 '교향곡 5번'(운명)까지 짜임새 있는 화음이 흘러나왔다. 일주일 동안의 노고가 빛을 발한 것. 김선욱도 자신의 강점인 강세 조절로 곡의 역동성을 극대화했다.

첫 공연이라는 부담 때문이었을까. 단원들은 미숙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음정이 불안정한 부분도 몇 차례 있었다. 비올리스트 중 한 명은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0번 2악장을 연주를 마치고 공연장 밖으로 퇴장했다. 긴장감에 컨디션이 악화돼 응급실로 실려갔다. 교향곡 연주에 앞선 중간휴식(인터미션) 때는 악보와 보면대를 분실해 공연이 잠시 멈추기도 했다.

협연자로 나선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대가다웠다. 그는 단원이 무대 뒤로 나간 순간 3악장 첫 마디를 연주하며 어수선해질 뻔한 분위기를 다잡았다. 김선욱도 단원들을 다독이며 공연을 끝까지 이끌어갔다.


관객들은 모두 유쾌한 해프닝으로 받아들였다. 실수를 해도 박수를 보냈다. 경쾌한 분위기에 힘입어 백건우도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 그는 김선욱과 함께 피아노 한 대에 나란히 앉아 모차르트의 연탄곡 '포핸즈를 위한 피아노 소나타'를 앙코르곡으로 선사했다. 자신의 독주회에서도 앙코르 곡을 잘 연주하지 않았던 그다.

백건우는 "오랜만에 학생들과 즐겁게 공연을 준비했다"며 "공연 한두 번을 마치고 헤어지게 돼 아쉽다. 유럽처럼 장기간에 걸쳐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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