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위원장은 지난달 조합원 8000여 명을 동원해 방역망을 무너뜨리고 서울 도심에서 불법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는 경찰 소환조사를 한 달 동안 무시하더니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법원의 영장 실질심사도 거부했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지 닷새가 지난 어제는 버젓이 기자간담회까지 열었다. 피의자가 기자간담회를 연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 같은 일이다. “잡을 수 있으면 잡아 보라”는 식으로 대놓고 경찰을 우롱하는 처사다.
민주노총이 치외법권이라도 누리듯, 법과 공권력을 대놓고 무시하는 것은 검찰 경찰 등이 정권 눈치를 보며 민주노총을 상전 대하듯 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어제도 양 위원장 구속을 시도하는 듯했지만 협조 요청만 하다 슬며시 물러섰다. ‘청와대 상전’이라는 소리까지 듣는 민주노총에 대해 감히 코털도 건드리지 못한 꼴이다. 그간 보수단체 집회 주최자나 여타 피의자에겐 추상처럼 엄격하고 번개처럼 빠르게 법 집행을 했던 것과는 너무도 다르다. 헌법이 천명한 법치주의나 법앞의 평등은 민주노총 앞에서는 깡그리 무시되기 일쑤다. 비단 민주노총뿐만이 아니다. 현 정부 들어 여권이나 친정권 인사에 대한 법 집행이 형평성을 잃은 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의 핵심인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을 배임 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할 것인지를 가리는 수사심의위원회는 김오수 검찰총장이 개최 방침을 밝힌 뒤 무려 50일이나 질질 끌다 어제서야 열렸다. 정대협 후원금 유용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의원(전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첫 재판은 기소된 지 11개월 만에 열렸고, 드루킹 대선 댓글 조작 사건으로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징역 2년이 확정되기까지는 1062일이 걸렸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은 공판 준비기일이 여섯 차례나 열려 본 재판까지 가는 데 1년4개월이 소요됐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징역과 함께 추징금 8억8300만원을 확정받은 한명숙 전 총리는 6년이 지난 지금까지 7억원가량을 안 내고 버티고 있다. 누가 지금 대한민국을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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