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엘바이오닉스, 갑작스런 무상감자 발표…왜?

입력 2021-08-19 15:36   수정 2021-08-20 14:25



에스엘바이오닉스(옛 세미콘라이트)가 무상감자를 갑자기 발표하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반기보고서와 관련해 감사의견 '적정'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재무제표에 대한 '검토'만 이뤄졌을 뿐 감사의견은 표명하지 않았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에스엘바이오닉스는 지난 17일 장마감 직후 반기보고서를 제출했다. 외부감사를 맡은 안진회계법인은 에스엘바이오닉스에 대한 감사의견과 강조사항에 대해선 '공란'으로 뒀지만 시장에선 이를 '적정'으로 받아들였다.

에스엘바이오닉스는 반기보고서 제출 다음날 주가가 소폭 오르며 반기보고서 비적정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하지만 대규모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주가는 전날대비 159원(17.47%) 떨어진 751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스엘바이오닉스는 액면가 500원의 보통주 10주를 같은 액면주식 1주로 병합하는 무상감자와 함께 유상증자를 통해 보통주 신주 820만주를 발행해 약 695억원을 조달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이번 에스엘바이오닉스 반기보고서와 관련해 사실상 감사의견 '거절'로 보고 있다. 반기보고서에서 표면적으로 감사의견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재무제표에 일부 사안이 문제가 되면서 의견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에스엘바이오닉스 외부감사를 맡은 안진회계법인은 에스엘바이오닉스 반기보고서 외부감사에서 실질적 주인인 온모씨와 계열사 액트 관계를 자세히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안진회계법인 관계자는 "분기 검토의 경우 감사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므로 감사의견을 기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안진회계법인이 재무제표가 회계기준에 맞게 작성됐다는 부분에 대해서만 확인해 준 셈이다. 감사의견 '적정'으로 재무건전성 논란이 수그러들길 기대했던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일이다.



에스엘바이오닉스는 올 상반기 연결기준 순손실로 12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같은기간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1.07%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손실은 작년 상반기 8억7000만원에서 52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6월 말 기준 누적 결손금은 96억9000만원에 달한다. 에스엘바이오닉스가 6월 말 기준 당장 1년내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70억원이다. 하지만 보유 중인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64억원에 불과하다.

주목해야할 부분은 에스엘바이오닉스가 반기보고서를 내놓은 직후 무상감자와 유상증자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다. 통상 무상감자와 유상증자 조치는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상장사가 결손금 보전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로 자주 활용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반기보고서에서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지나인제약은 이날 결손금 보전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20대 1 무상감자와 함께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번 반기보고서 사태로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재무 상황이 악화할 경우 기존에 빌린 차입금을 한꺼번에 조기 상환해야 하는 기한이익상실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작년 8월에 발행한 6차 전환사채(CB)의 경우 사업보고서에서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으면 기한이익이 상실된다고 명시돼 있다. 만약 감사의견 비적정 등에 따라 6회차 CB에 대한 기한이익이 상실되면 조달한 51억원 규모의 사채 원리금 등을 되돌려줘야 한다.

에스엘바이오닉스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695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이 금액 가운데 170억원은 채무상환자금으로 활용된다. 신주 발행가액은 8450원, 신주배정기준일은 10월25일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무상감자 후 유상증자는 재무구조 개선이 목적"이라며 "매출 성장과 수익성 증대를 위해 공장동 매입 자금으로 약 400원을 배정한다. 재무구조를 빠르게 개선해 향후 발광다이오드(LED) 회복에 선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무상감자와 관련해서는 "자체적인 제조시설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통상 감자를 진행한 뒤 유상증자를 실시하면 자금 확보가 더 수월해지는 경우가 있다"면서 "지금 당장은 괴롭고 힘들 수는 있지만 회사가 장기적으로 성장하긴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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