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요청시 수술장면 촬영…의료계 "어려운 수술 꺼릴 것" 반발

입력 2021-08-23 17:12   수정 2021-08-31 16:14


수술실 내 폐쇄회로TV(CCTV) 설치가 의무화된다. 환자 측은 병원에 수술 장면 촬영을 요청할 수 있다. 의료계는 “의사들이 어려운 수술을 기피하게 될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3일 전체회의를 열어 수술실 CCTV 의무 설치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대리수술 논란 등으로 2015년 이 법안이 발의된 지 6년여 만이다. 법안 공포 후 시행까진 2년의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 의료계는 중증환자 수술 기피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반대해왔지만 여야는 환자단체들의 요구와 높은 찬성 여론 등을 고려해 법안을 상임위에서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르면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할 경우 병원은 수술실 내부에 CCTV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환자와 보호자는 병원에 수술 장면 촬영을 요청할 수 있고, 촬영한 영상은 의료분쟁이 벌어졌을 때나 환자와 의료진 모두 동의했을 때 열람이 가능하다. 응급수술과 전공의 수련을 저해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진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민주당 복지위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대리수술과 성추행이 의료 현장에서 근절될 것”이라고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을 내고 “정보 유출로 인한 개인권 침해는 물론 환자와 의사 간 불신이 조장될 우려가 크다”며 “헌법소원을 포함해 법안을 저지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6년 논란 끝에…'수술실 CCTV 설치법' 상임위 통과
대리수술 등 불법행위 차단…법안 공포 후 2년 유예기간 둬
찬반 논란이 거셌던 수술실 내 폐쇄회로TV(CCTV) 설치법안(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여야 합의로 의결된 만큼 이르면 이달, 늦어도 다음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리수술 방지와 의료사고 시 환자의 알 권리 확보를 위해 추진된 이 법안은 정부 조사에서 국민 98%가 찬성하는 등 여론의 지지를 받아왔다. 다만 의료계에선 어려운 수술 기피현상과 해킹으로 인한 정보 유출 가능성 등으로 국민의 손실이 더 크다고 반발하고 있다.
수술실에 CCTV 의무화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의결된 이 법안은 의료기관이 수술실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환자 요청이 있으면 수술 장면을 촬영해야 하고 열람은 수사·재판 관련 공공기관 요청이나 환자와 의료인 쌍방 동의가 있을 때 할 수 있다. 촬영할 때 녹음 기능은 사용할 수 있지만,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동의가 있을 경우 가능하게 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수술실 내부가 아닌 출입구에 설치하는 방안과 의료기관이 설치 위치를 정하도록 하는 안까지 언급됐지만 결국 환자단체가 요구했던 수술실 내부 설치로 결론이 났다. 다만 응급수술이나 위험도가 높은 수술, 전공의 수련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의료진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조항을 뒀다. 법안 공포 후 시행까진 2년의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 복지위 소속인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무설치를 하도록 한 만큼 설치 비용을 일부 지원하도록 할 것”이라며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발의 6년 만에 상임위 의결
이 법안이 상임위 문턱을 넘은 건 발의된 지 6년여 만이다. 2014년 12월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성형외과에서 의료진이 수술대에 누워있는 환자를 두고 생일파티를 하며 장난을 친 사건이 알려지며 국민들의 공분을 산 뒤 수술실 내 CCTV를 설치해 환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2015년 초에는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의료계는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느냐”며 강하게 반발했고, 수차례 공방 끝에 상임위 소위원회 논의 단계에서 번번이 좌절됐다.

21대 국회 들어 민주당이 171석을 확보하면서 의무화 법안이 힘을 받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6월 국민 97.9%가 CCTV 의무화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개정안 통과에 유보적 태도를 보인 보건복지부는 대리수술 논란이 이어지자 6월 이후 의무화 찬성으로 입장을 정했다.

신중한 논의를 요구했던 국민의힘도 여론 등을 감안해 의무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민의힘 간사인 강기윤 의원은 “오늘 합의는 했지만 유예 기간 동안 이해단체와 전문가 의견을 꼭 반영해 야당이 말하는 비용, 정보유출 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해 달라”고 했다.
“위험수술 기피하게 될 것”
의료계는 강력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치권력이 각 전문영역을 정화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왜곡된 인식의 결과”라며 “의료 현장에서 환자의 생사를 다투는 위태로운 상황을 기피하고자 하는 경향을 확산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이번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의료진이 응급상황에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소극적인 수술만을 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해킹을 통한 의료 정보 유출로 인한 환자의 사생활 침해 가능성도 부작용으로 언급된다. 의협은 “헌법소원을 포함해 법안 실행을 저지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복지위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오랫동안 장외 협상을 했기에 25일 본회의에서 빨리 처리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법사위 숙려기간(5일)을 고려할 때 본회의 의결은 다음달로 밀릴 수 있다.

고은이/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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