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막히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6억~9억 아파트 매수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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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8-25 07:02   수정 2021-08-25 09:00

"대출 막히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6억~9억 아파트 매수 러시

“실수요자들한테 대출 한도를 늘려주겠다고 한 게 언젠데 대출 자체를 막아버리다니요. 당최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 지를 모르겠네요.”

서울에서 아파트 매매를 고려하던 무주택자 진모 씨(35)가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내년 결혼을 앞두고 강서구에서 신혼집을 알아보고 있었다. 마침 한달 전 정부가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주택구입 장벽을 낮추겠다며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서 최대 한도로 대출을 끼면 아파트 매매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은행들이 대출 창구를 닫아버리면서 주택 매수 계획이 완전히 틀어질까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부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가계부채에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 대출 중단 카드를 꺼내들며 시중의 돈줄을 죄면서 부동산 시장을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주택구입 장벽을 낮추겠다며 대출 규제를 완화한 것과 180도 다른 정책 행보다. 가뜩이나 정책 실패로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에서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갈지자 정책으로 피해는 무주택 서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실수요 대출 완화한다더니”…한 달 만에 뒤집은 정부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지키기 위해 NH농협은행이 주담대와 전세대출을 중단했다. 이어 우리은행도 전세대출을 중단한 상황이다. 농협은행은 가계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보다 7.1% 증가해 정부가 권고한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5~6%)을 초과해 대출 창구를 닫았다. 우리은행은 자체 관리 중인 전세대출 한도 초과가 원인이다.


이번 대출 중단 조치에 대해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일각에선 ‘부동산 가격을 잡자는 것’이라며 속뜻을 해석하고 있다. 실수요자들은 대출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데 불만을 터뜨리며, 규제책으로 다른 은행 대출 문도 막힐까 봐 걱정하고 있다. 금융업계에선 대출을 받으려던 수요가 다른 은행으로 몰리고 이에 따라 연쇄적으로 대출이 중단되는 사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최소한 올해 말까지 시중은행에서 대출 받기는 어려워진 것이다.

시장 수요자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정부가 서민·실수요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규제 완화 조치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당시 실수요자 LTV 우대 폭을 현행 10%포인트에서 최대 20%포인트로 확대하기로 하면서 이에 맞춰 주택 매수 계획을 세운 무주택자들이 많다.

윤모 씨(37)·강모 씨(37·여) 부부도 내년 초 전세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이 갱신 거절 통보를 해오면서 ‘내 집 마련’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전세 만료일에 맞춰 올해 말부터 집을 알아볼 계획이었지만 대출이 막힌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주부터 연차를 내고 중개업소를 돌아볼 계획이다. 윤 씨는 "대출이 막힌다는 소식 때문에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당장 집을 알아보고 매수에 들어가야 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6억~9억 단지들 "매물 없는데 실수요자들 몰려”
실제 시장에선 6억~9억원대 매물을 급히 찾는 실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노원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농협 대출 중단 뉴스가 나온 이후 하루에만 20통이 넘는 전화 문의가 쏟아졌다“며 ”대부분 매수할 집을 찾는 문의지만 매물이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 통계를 보면 서울아파트 매물은 올해 5월부터 꾸준히 감소해 3개월 전 대비 16.6% 줄었으나 최근 6억∼9억원 구간의 매매 비중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6억∼9억원 매매 비중은 올해 4월 26.6%, 5월 28.7%, 6월 30.8%, 7월 33.7%에 이어 8월 현재 43.8%로 치솟으며 큰 폭 상승했다. 이달 서울 아파트 매매의 절반 가까이가 6억∼9억원 구간의 거래인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럭키대현아파트 전용면적 59㎡는 지난 7일 9억원에 거래되면서 이 면적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서울 강동구 성내동 현대아파트 전용 59㎡는 지난 3일 9억원에 매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신고가를 다시 세웠다. 현대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6억∼9억원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며 가격도 9억원에 수렴했다"고 전했다. 이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단지는 집주인 물건을 모두 거둬들여 현재 매물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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