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투자, 세계 최대의 반도체와 배터리 시장을 보라"[더 머니이스트-Dr.J’s China Insight]

입력 2021-08-26 15:49   수정 2021-08-26 16:02


냉전시대 미국이 소련과의 경쟁하면서 개발한 인터넷과 모바일기술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에서 꽃피웠습니다. 인터넷과 모바일기술의 본적은 실리콘밸리지만 현주소는 중국입니다. 지금 중국은 인터넷, 모바일기술로 무장한 플랫폼기업의 천국이 됐습니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은 미국에 있었지만 시장은 중국입니다. 2020년 기준으로 중국의 인터넷가입자수는 9억9000만명으로 미국 3억1000만명의 3.2배 수준이고, 모바일가입자는 17억3000만명으로 미국의 4억명의 4.3배에 달했습니다.

예전에는 실리콘밸리의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을 중국이 베꼈지만, 지금 모바일 비즈니스 모델은 중국엔 있지만 실리콘밸리에 없는 것이 많습니다. 짝퉁이 원조를 넘어선 것입니다. 이유는 "기술은 시장을 못 이긴다"는 철칙 때문입니다.

신기한 신기술 제품이 나오면, 만들어 파는 자가 왕인 것은 도입기의 잠시이고 시간이 지나면 사는 자가 왕입니다. 그래서 소비자가 왕이고, 고객을 만족시키면 성공하고 고객을 졸도시키면 졸부가 됩니다. 결국 시장이 기술을 이깁니다.



강(江)이 크면 거기서 자라는 고기도 큽니다. 미국의 3~4배에 달하는 거대한 인터넷과 모바일 가입자를 가진 중국에서 중국의 인터넷, 모바일기업은 동화 속 '잭의 콩나무'처럼 자랐습니다. 여기에 또 하나 숨은 비밀은 정부의 정책이 있었습니다.

중국 정부는 중국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인 인터넷과 모바일산업에 대해,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규제 샌드박스' 정책을 실시했습니다. 사실 중국은 규제하고 싶어도 잘 알지도 못했고, 자료도 없었기 때문에 아무 규제없이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보라"고 내버려 뒀던 겁니다.

그러자 중국 인터넷 기업은 세계 최대의 가입자 수와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속에서 쑥쑥 자랐습니다. 높은 성장성 덕에 인터넷의 천국, 미국 증권시장에 대거 상장해 엄청난 자금을 끌어모았습니다.

중국 인터넷기업들은 여기서 모은 돈을 재투자하면서 중국 '골목대장'에서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으로 환골탈태했습니다. 지금 세계 10대 인터넷 기업 중 5개가 중국기업입니다. 중국의 인터넷 모바일기업들이 중국의 시장과 미국의 돈으로 미국 자본시장에서 꽃을 피운 겁니다.


시장은 정부를 못 이긴다
풀은 바람부는 방향으로 누워야 하고, 반대방향으로 일어서면 말라 죽습니다. 어느나라 건 "정부에 맞서지 말라"는 것은 사업이나 투자의 철칙입니다. 통신, 운송, 인터넷 산업은 전형적인 정부규제 산업입니다.

중국의 모바일과 인터넷산업도 예외가 아닙니다. 2020년 1월에 중국 정부는 인터넷산업에 반독점법을 제정하면서 인터넷 모바일 산업에서 샌드박스를 치우고 규제박스 들고 나왔습니다. 알리바바의 반독점법 위반을 계기로 중국 인터넷 모바일산업에 대해 반독점법, 네트웍보안법, 데이타보안법, 개인정보 보호법을 연달아 적용하면서 그간의 방관에서 철저한 규제와 감독으로 돌아섰습니다.



그러자 미국과 홍콩에 상장한 중국인터넷 모바일기업의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고, 불안감을 느낀 미국과 홍콩의 투자가들은 앞다퉈 손절매에 나서 주가 대폭락을 만들었습니다. 중국 플랫폼기업에 투자했다 정부정책의 변화에 뒤통수 맞은 미국의 기관투자가들과 유명인사들의 중국 플랫폼기업 투자중단 선언이 나올 정도로 충격은 컸습니다.

중국 정부는 꿍꿍이가 있었습니다. 중국의 플랫폼규제는 중국 입장에서는 다가올 미중전쟁에 대한 준비였습니다. 중국 인터넷, 모바일 시장은 외국인에 개방돼 있지 않기 때문에 과감한 규제를 해도 그 수혜가 외국 기업으로 갈 가능성이 없습니다. 중국 내 기업간 점유율에 변화가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미중 인터넷전쟁에서 중국 시장 개방에 대비해 먼저 법을 만들어 놓고 대응한 것인데, 여기에 애먼 미국 투자가들만 된통 당한 것입니다. 인터넷 기업은 주로 미국에 상장해 있어 정책 리스크로 인한 주가 하락은 중국인이 아닌 미국 투자가들이 희생양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증시 반응에 신경 쓰지 않고 과감한 조치를 한 겁니다.
중국 기업인의 띠는 '게띠'다
중국 기업인의 띠는 '게띠'라는 농담이 있습니다. 한번 뜨거운 물에 들어간 게(crab)는 빨개지면 다시 살아나지 못합니다. 중국 정부의 힘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중국 플랫폼기업들은 정부의 조치에 납짝 엎드렸습니다.

중국 금융 엘리트들에게 훈수 두던 알리바바의 마윈은 죽은 듯이 숨어 있고, 2위인 텐센트를 포함한 중국의 6대 플랫폼기업들은 그간 벌었던 떼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앞다퉈 기부와 출연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17억3000만명의 모바일 가입자를 가진 거대한 플랫폼의 나라가 됐지만, 플랫폼은 한번 만들어지면 누가 주인이 되는 상관없이 돌아갑니다. 중국 당국이 세계 시총 톱 10안으로 들어간 중국 플랫폼기업을 시장 충격에 상관 않고 제재하는 이유는 그 시총은 미국이 만든 시총이지 중국의 시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업공개(IPO) 해서 조달한 거대한 미국자금은 이미 중국으로 가져와 다 썼습니다.





중국의 플랫폼기업이 중국을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ty), 언택 사회(untact society)로 만든 것은 맞지만 이는 서비스중계 모델입니다. 중국은 제조 나라이고, 플랫폼기업 빅6들이 창출한 연간 매출액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선에 불과합니다.

중국 당국은 플랫폼 인프라는 중국의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이 만든 것이고, 그 위에 올라간 앱은 알리바바든 징동이든 핀둬둬든 언제든지 순위를 바꿀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새장 안의 새는 언제든 바꿀 수 있다고 보는 것이고, 이것이 중국 플랫폼기업의 리스크이자 선두기업 알리바바 주가가 속락한 후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는 진짜 이유입니다.
플랫폼 보다 반도체·배터리 시장이 더 크다
중국 투자는 '정책'과 '시장'을 잘 봐야 합니다. 큰 시장도 정부가 부정적으로 보면 뜨거운 물에 들어간 게(crab)처럼 한방에 가는 것이고, 별 볼일 없던 시장도 정부가 맘먹고 육성한다고 하면 순식간에 불같이 일어서는 것이 중국입니다.

샌드박스를 치우고 규제박스를 들고 나온 중국 정부의 정책변화로 중국 플랫폼 기업의 봄날은 갔습니다. 중국을 '정책과 시장의 눈'으로 보면 두가지 업종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바로 반도체와 배터리업종입니다. 중국 플랫폼의 겨울, 반도체와 배터리는 봄날인 이유는 미중전쟁과 내수육성 전략 때문입니다.

미국이 무역전쟁에서 기술전쟁으로 전쟁터를 바꾸면서 아이러니하지만, 중국의 반도체 업체의 주가가 계속해서 오르고 있습니다. 미국의 반도체봉쇄로 중국반도체가 고사할 것이라는 예측과는 정반대입니다. 이유는 역시 "시장을 기술은 못 이긴다"는 겁니다.

단순 통계로 중국이 수입하는 연간 반도체금액은, 물론 재수출 물량도 있지만 전세계 반도체 총시장의 80%를 차지합니다. 이는 전세계 노트북, 핸드폰, 디지털TV의 60~90%를 중국이 생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도체는 중국 정부가 목숨 걸고 달성하려는 국산화 수혜주입니다. 심지어 모그룹이 부도났다는 칭화유니그룹의 자회사인 자광국미(紫光?微)의 주가도 급등했고, 중국 반도체 장비주의 대표주자인 북방화창(北方??)은 신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기술규제는 10nm이하 첨단기술이고 화웨이(??)와 SMIC(中芯??)를 규제하는 것이지, 다른 스마트폰 회사나 반도체 회사들은 규제대상은 아닙니다. 중국은 반도체 기술봉쇄에 맞서 28nm이상 기술가진 기업은 25%에 달하는 법인세를 10년간 면제하고, 수입장비 관세를 면제해 주는 등 파격적인 지원정책을 쏟아 내고 있습니다.

배터리는 중국의 내수 산업육성전략의 중심에 있습니다. 중국은 소비가 GDP의 절반을 넘어서는 소비사회로 진입했고, 자동차가 내수시장 최대 소비품목입니다. 중국은 연간 2530만대의 자동차를 구매합니다. 미국 연간 자동차 구매대수는 1450만대 선에 불과합니다.




중국은 내수중심성장으로 성장모델 바꾸고 내수육성에 올인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자동차산업 육성이 모든 내수정책의 앞단에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 정부의 자동차산업 육성은 석유 먹는 전통자동차가 아니라 클린에너지로 가는 4차혁명의 전기자율주행자동차입니다.중국 전기차시장은 이미 세계 시장의 39%로 미국(14%)의 2.8배로 세계 최대의 시장으로 부상했습니다.



중국은 내수중심성장으로 성장모델 바꾸고 내수육성에 올인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자동차산업 육성이 모든 내수정책의 앞단에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 정부의 자동차산업 육성은 석유 먹는 전통자동차가 아니라 클린에너지로 가는 4차혁명의 전기자율주행자동차입니다. 중국 전기차시장은 이미 세계 시장의 39%로 미국(14%)의 2.8배로 세계 최대의 시장으로 부상했습니다.

그래서 전기차의 심장인 베터리 시장도 세계 최대이자 정부의 집중 육성산업입니다. 지금 중국 전기차 배터리산업 역시 45%의 점유율로 세계 1위입니다. 중국은 전기차시장 14차 5개년 계획기간 동안 획기적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시장은 누가 선두가 될지 모르는 박터지는 시장이 되겠지만 누가 전기차를 만들든지 배터리는 있어야 합니다.

미국, 홍콩 상장된 플랫폼기업들과는 반대로 중국본토의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업체, 반도체와 반도체장비 업체들의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은 정책과 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이유가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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