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인문학자들이 본 中 명승, 색다른 풍경을 선사하다

입력 2021-08-26 17:22   수정 2021-08-27 02:00

일제강점기 조선의 여러 문인과 예술가들에게 중국 하얼빈은 서구의 선진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인기 관광지였다. 소설가 함대훈은 카페에서 러시아어로 차를 주문한 뒤 마음이 설렜다는 글을 남겼고, 음악평론가 김관은 하얼빈에서 볼 수 있는 쑹화강 빙상 축제를 ‘세계의 명물’로 꼽았다. 구라파(유럽)를 동경했던 이효석은 1939년 쓴 《벽공무한》에 주인공 천일마가 하얼빈 키타이스카야 거리를 보고 감탄하는 장면을 넣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를 알고 다시 바라보는 하얼빈 거리의 풍경은 이전과 사뭇 다른 매력을 풍긴다.

송진영 수원대 교수와 이민숙 한국외국어대 특임강의교수, 정광훈 한국외국어대 객원강의교수 등 대학에서 중국 문화에 대해 강의하는 21명의 저자는 《중화명승》에서 중국의 명승지 21곳과 여기에 얽힌 인문학적 지식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저자들은 모두 한국중국소설학회 회원들로, 이번 책은 학회가 발간하는 ‘중화 시리즈’ 중 전작 《중화미각》에 이은 두 번째다.

책은 중국의 동북쪽 끝에서 시작해 난징과 상하이 등 동남 연안을 훑은 뒤 시안과 충칭 등 내륙 도시를 거쳐 서북쪽의 둔황에서 여정을 마친다. 19세기 중국 주강 삼각주에서 자주적인 삶을 살기 위해 비혼 선언을 한 여인들의 공동체 ‘자소녀’를 소개하는 대목이 특히 흥미롭다. 이들은 빙옥당이라는 거주지를 짓고 공동생활을 하며 일종의 양잠업 협동조합을 운영했는데, 20세기 들어 양잠업의 쇠퇴와 함께 맥이 끊겼다고 한다.

다만 저자들이 전반적으로 중국에 대해 매우 호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점은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 예컨대 책은 조선 인조가 병자호란 때 청나라 숭덕제에게 항복하며 세 번 무릎을 꿇고 이마를 아홉 차례 조아리는 삼궤구고두례를 행한 데 대해 “정중한 인사법에 불과하며 정작 치욕적인 것은 세계 정세를 파악하지 못했던 무능한 임금과 신하들”이라고 지적한다. 삼궤구고두례가 청나라 황제에 대한 일반적인 인사법이었던 건 사실이지만, 다른 나라를 침략해 수많은 국민을 죽이고 자신들의 예법을 강요한 중국의 책임을 간과하는 것으로도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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