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지 않았지만, 가야할 길, 비대면 의료의 미래[삼정KPMG CFO Lounge]

입력 2021-08-30 05:50   수정 2021-08-30 09:49

"이 세상 모든 의미 있는 일은 위험 속에서 이루어졌다."

군주론을 쓴 근대 정치학의 창시자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한 말이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정말 그랬다. 우리가 누리는 많은 의미 있는 일들의 대부분은 불확실성과 위험 속 도전의 산물이다. 불가능한 도전이라 평가받았던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부터 우주여행을 꿈꾸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까지 산업과 일상에서 인류의 뇌리에 기억될 만한 의미 있는 많은 일들의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해 불확실성과 위험이 일상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의료산업도 다시 한번 비대면 의료라는 도전에 직면했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 의미 있는 일들의 시작처럼, 도전하지 못 할 많은 이유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인류의 미래에 의미를 줄 수 있는 단 한 가지 이유만이라도 있다면, 분명 비대면 의료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의료계에서도 코로나19의 대응하기 위한 비대면 의료 도입의 찬반 논쟁은 계속되고 있으며, 뜨거운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비대면 의료의 도입 논의는 코로나19로 인해 생겨난 것은 아니다. 1988년 원격 영상진단 시범 산업을 시작으로, 2002년에는 의료법 개정으로 의료인 간의 원격의료를 허용했다. 2018년 정부는 '비대면 의료의 단계적 추진안'에서 강원도를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 자유 특구’로 지정하며 비대면 의료를 허용하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하지만 의료계, 시민단체와의 의견 차이와 저조한 참여로 대부분 사업들이 무산됐다.

앞으로의 비대면 의료 도입은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대다수 시민들이 그동안 비대면 의료 필요성을 크게 실감하지 못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대대적인 의식변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의 뉴노멀과 함께 ‘언택트 사회’라는 새로운 변화가 의료산업을 포함한 모든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5월 경기연구원에서 실시한 언택트 서비스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전체 소비 금액 중 35%를 차지했던 언택트 소비의 비중은 코로나19 이후에는 코로나19 이전보다 22%포인트 증가해 절반 이상인 5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의료 서비스가 언택트 서비스 중 중점 육성이 필요한 분야 1위(24.7%)로 꼽혔다.

한국과는 달리 글로벌 비대면 의료시장은 이미 2000년대 초부터 각 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테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전 세계 비대면 의료시장은 2015년 이후 연평균 14.7%로 성장해 2021년 412억 달러(약 45조 8144억 원)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현재 전체 병원의 50% 이상이 비대면 의료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2015년에 비대면 진료 환자가 총 1억5000만명을 기록했다. 중국도 2014년부터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고 2019년 원격진료를 공적의료보험 대상에 포함하는 등 적극적인 산업 육성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도 비대면 진료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선 낙후된 지역에서 비대면 진료를 통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도록 해 의료 편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비대면 의료시장은 변화와 성장의 중심에 서 있다. 과거 의료계, 시민단체와의 의견 차이와 저조한 참여로 지지부진했던 비대면 의료산업에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는 작년 7월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를 개최하며 앞으로 5년간 76조 원을 투입한 10대 종합계획 확정안을 발표했다. 이 중 디지털 뉴딜의 일환으로 비대면 의료산업을 포함시켜 육성에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한국 비대면 의료산업의 서막이 열리는 현시점에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향후 비대면 의료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Social Corporatism)와 기술적 혁신(Advanced Technology), 정부의 촉진 제도(Facilitator)와 데이터 연결 기반 생태계(Ecosystem)가 필요하다. 이는 곧 'S·A·F·E'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제도적 혁신이 필요하다. 비대면 의료 서비스는 의사와 환자, 즉 사람과 사람의 연결로 이뤄지는 서비스이기에 데이터와 기술이 해결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비대면 의료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선 이해관계자 간 이해와 협의가 필요하다. 정부는 적극적 개입을 통해 명확한 정책과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기술적 혁신을 통한 서비스 실현화가 필요하다. 수많은 아이디어도 실현 가능한 기술이 있어야 빛이 나는 법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각 기관들은 비대면 의료를 유연하게 실현시킬 수 있는 높은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 역시 디지털 신기술에 대한 규제를 최소화하고 실용화를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촉진 제도가 필요하다. 비대면 의료 서비스의 도입은 초기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분야이다. 아직 태동의 시기를 겪고 있는 국내 비대면 의료산업이 시장 안정될 때까지는 정부의 연구개발(R&D), 진료 인프라 구축 단계 등에서의 적극적인 금융지원, 의료수가 관련 적절한 가이드라인 제시 등 다양한 촉진 제도가 요구된다. 넷째, 데이터 연결 기반의 생태계 혁신이 필요하다. 비대면 의료뿐만 아니라 디지털 헬스케어의 관점에서 살펴볼 때, 의료산업 내의 데이터 단절은 피가 돌지 않는 인간의 몸과 같다. 아무리 유용한 정보라 할지라도 순환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데이터 연결성을 기반으로 한 생태계 혁신도 실현돼야 한다. 수집된 의료 정보가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여러 산업 참여자들에게 순환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는 의료 인력의 부족함을 절실히 느껴왔다. 많은 의료진과 관계자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현재 긴급한 위기는 넘기는 모습이다. 그러나 추후에 이와 같은 의료 위기 상황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한다면 그에 대한 대응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지 모른다. 과거 경험해보지 못했던 일들이 현실화하고, 한 치 앞의 미래도 예측하기 힘든 지금의 시대다. 과거 인적 의료 서비스 방식으로는 향후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위험 속에서 이제 우리는 조금 더 의미 있는 비대면 의료의 미래를 위해 결단하고 움직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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