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30일 국회 본회의에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상정해 강행 처리하려던 계획이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물론 정의당, 언론단체에서 비판 여론이 끊이지 않은 데다 청와대와 당 일각에서 ‘속도 조절’ 목소리가 커지면서 강행 처리 방침에 급제동이 걸렸다. 여야 원내대표는 31일 오전 10시에 다시 만나 언론중재법 처리 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독소조항으로 꼽힌 징벌적 손해배상의 기준이 되는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을 삭제하는 수정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민의힘은 징벌적 손해배상과 열람차단청구권 도입 등 또 다른 독소조항 삭제를 추가 요구했지만, 민주당이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민주당 의원총회에선 다수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개정안을 그대로 강행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의총에서 개정안 통과에 대한 반대 의견은 사실상 없었다”며 “속도 조절론을 주장한 의원들도 조금 더 숙의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정도였다”고 전했다.
의총에서 신중론을 주장했던 허종식 민주당 의원은 의총이 정회된 상황에서 SNS에 “가짜뉴스 피해구제법은 당연히 필요한 사안”이라면서도 “다만 1~3개월 정도 언론계를 설득하고, 여야가 협의하는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정치권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강행 처리에 대한 부담을 가진 것으로 안다”며 “이 수석이 직접 국회를 찾은 만큼 속도 조절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 수석은 ‘언론중재법과 관련해 윤 원내대표와 논의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민주당 원로들도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의총에 앞서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주재한 당 상임고문 등 원로들과의 차담회에서 김원기·문희상·유인태·임채정 상임고문 등이 송 대표에게 “지혜롭게 개정안을 처리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회의 참석 후 언론 인터뷰에서 “4월 7일 밤(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을 잊지 말라고 했다”며 “180석의 위력을 과시하고 독주했다가 결국 4월 7일에 심판받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쥐 잡다가 독을 깬다”며 “소를 고치려다 소가 죽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신중한 처리를 요청했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 앞서 친여 성향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과 간담회를 하는 등 입맛에 맞는 의견만 수렴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언론중재법 강행을 위한 ‘명분 쌓기’에 골몰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송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날 언론중재법을 두고 TV 토론을 펼칠 예정이었지만 여야 원내대표의 협상이 늦어지면서 결국 취소됐다.
이동훈/조미현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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