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을 통치할 탈레반의 앞날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국제사회가 ‘탈레반의 아프간’을 인정하지 않는 가운데 아프간에 산적한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어서다. 지난 15일 카불을 점령한 탈레반은 ‘정상 국가’로 인정받기를 희망하며 새 정부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권 보호와 개방적인 정부 구성, 국제사회와의 교류 희망 등 유화적 메시지도 쏟아냈다.
알자지라방송은 탈레반이 정권 안정을 이루려면 이른 시일 안에 국민의 ‘공포’가 아니라 ‘인정’을 끌어내야 한다고 분석했다. 국민 상당수가 과거 탈레반 집권기(1996∼2001년)와 달리 서양문화에 익숙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도시민 상당수는 은행 계좌를 갖고 있고,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이용하는 데 익숙하다.
탈레반이 과거처럼 샤리아법을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하면 시민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만 명도 안 되는 탈레반 병사로 아프간 전국을 통치하는 것도 핵심 과제로 거론된다. 아프간 인구(약 4000만 명)에 비해 규모가 매우 작다는 지적이다. 탈레반 전사 대부분이 숫자조차 읽거나 쓸 수 없는 문맹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탈레반의 ‘인력난’은 심각한 상황이다.
외부의 강력한 적이 사라진 상태에서 지도부가 강경파와 온건파, 지역 등에 따라 여러 파벌로 나뉜 내부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탈레반이 전국에 사법·보안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 곳곳이 무법상태에 빠질 수 있다. 저항군의 활동도 점차 커질 수 있다.
무엇보다 경제상황이 가장 큰 고민거리로 꼽힌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자마자 물가는 폭등하고 실업자가 늘어나는 등 실물 경제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아프간으로의 달러 송금 등을 금지했고, 미국 은행에 예치된 90억달러에 달하는 아프간 중앙은행 외화 자산에 대한 탈레반의 접근도 차단됐다.
미군 철수 후 또 다른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 호라산(IS-K)과의 갈등도 탈레반에는 큰 부담이다. 그동안 탈레반과 대립 관계였던 IS-K는 최근 카불공항 폭탄 테러를 주도하며 반(反)탈레반 세력을 규합, 탈레반과 본격적인 주도권 경쟁에 나서는 분위기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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