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만 대면 줄줄이 퇴출…다음 상폐기업 될라 '덜덜' [고의상폐 의혹 下]

입력 2021-09-01 11:08   수정 2021-09-01 17:20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상장폐지, 주식이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다는 의미다. 주식시장에서 상장폐지를 예상하고 종목을 사는 투자자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는 일부러 상장폐지 시키는 경우가 있다. 상폐꾼이나 회사의 돈을 챙기기 위한 횡령꾼들이 있는 경우다. 제도상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해 '고의 상장폐지' 수법을 이용한다. 회계감사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는 수법으로 일부러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뒤 회사를 상장폐지시키는 방법이다. 문제는 고의 상폐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개미들이 짊어진다는 점이다. 최근 상폐된 기업들의 사례를 조명해 문제점을 파헤치고자 한다 [편집자주]


퓨전데이타(퓨전)에 대한 '고의적 상장폐지 의혹'이 불거지면서 에스엘바이오닉스(옛 세미콘라이트)에 불똥이 튀고 있다. 일부 주주들은 퓨전과 같은 수순을 밟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분관계를 뜯어보면 퓨전과 에스엘바이오닉스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소유주가 같기 때문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문현철)는 퓨전 주주인 A씨의 고소장 접수에 따라 지난달 20일 퓨전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B씨를 횡령,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B씨는 퓨전의 자본조달을 통한 사업 확장 과정에서 약 200억원 상당의 횡령 및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고소인 A씨는 B씨가 퓨전에서의 범죄행위 흔적을 지우기 위해 고의적으로 상장폐지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한다. 앞서 퓨전은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지난 6월10일 증시에서 퇴출됐다.

문제는 퓨전의 고의적 상장폐지 의혹 받고 있는 B씨가 에스엘바이오닉스의 실질적인 주인이라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B씨가 과거 경영진으로 있던 에스티앤아이와 슈펙스비앤피(옛 이큐스앤자루) 역시 증시에서 퇴출된 바 있다.

이에 에스엘바이오닉스 주주들은 '제2의 퓨전 사태'가 또다시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결정한 에스엘바이오닉스의 행태가 과거 퓨전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액주주는 "반기보고서 공시 직후 갑자기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발표한 것이 의아하다"면서 "멀쩡한 회사를 상폐 만든다는 회장이라는 사람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우선 B씨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비상장사를 통해 에스엘바이오닉스를 지배하고, E사를 비롯해 S사, N사, D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만들었다. 과거 퓨전도 자본조달을 통해 외형 확장에 주력했다. 에스엔케이글로벌, 다오요트, 바이오트리, 에스엘바이오닉스 등이 대상기업이었다. 본업인 IT 사업과는 별개 영역으로 줄줄이 관계사로 엮어놨다.

특히 이들 기업은 본업이 흔들리면서 재무상황이 악화됐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퓨전은 2019년 10월 대규모 적자를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무상감자를 결정했다. 당시 액면가 500원짜리 보통주 25주를 같은 액면주식 1주로 병합하는 무상감자를 진행했다. 하지만 무상감자를 결정한 지 6개월 만에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거래정지가 됐다.

에스엘바이오닉스도 무상감자를 발표했다. 지난달 17일 에스엘바이오닉스는 액면가 500원의 보통주 10주를 같은 액면주식 1주로 병합하는 무상감자와 함께 유상증자를 통해 보통주 신주 820만주를 발행해 약 695억원을 조달한다고 밝혔다.

에스엘바이오닉스 측은 "자체적인 제조시설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통상 감자를 진행한 뒤 유상증자를 실시하면 자금 확보가 더 수월해지는 경우가 있다"면서 "당장은 괴롭고 힘들 수는 있지만 회사가 장기적으로 성장하긴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통상 상장폐지된 종목들을 살펴보면 최대주주 등 경영권 변동이 잦고 목적사업이 수시로 변경되거나 무리한 인수·합병(M&A) 추진 등의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회사가 상장폐지되면 투자자들은 투자금액을 전부 날리게 된다. 하지만 정작 횡령꾼들은 돈을 챙기고 빠져 나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들이 회사 내 부정행위를 감추기 위해 가장 흔히 사용되는 수법이 고의적 상장폐지 수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에스엘바이오닉스는 지난달 17일 무상감자 발표 직후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같은 달 23일 장중 639원까지 주가가 떨어졌지만 전날까지 주가가 소폭 오르며 현재 889원에 거래되고 있다.(끝)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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