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기업 '0'…초라한 부산 경제

입력 2021-09-08 18:37   수정 2021-09-08 23:56


부산의 ‘경제 성적표’가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매출 100대 기업이 한 곳도 없는 데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먼저 앞두고 있다. 공공기관 2차 이전도 미뤄지면서 성장동력을 찾기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시급히 새로운 지역 생존전략을 마련해 실행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2년 조사 이후 처음 30개 밑으로
부산상공회의소는 ‘2020년도 매출 전국 1000대 기업 중 부산 기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국의 매출 100위 기업 가운데 부산 기업은 한 곳도 포함되지 못했다고 8일 발표했다. 지난해 매출 기준 전국 1000대 기업 중 부산 기업도 29곳에 불과했다.

2019년에는 34곳이 포함됐지만 1년 새 5곳이 줄었다. 부산상의가 2002년 이후 시행한 매출 1000대 기업 조사에서 부산의 기업이 30개 이하에 머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10년간 부산의 매출 1위 기업이자 유일하게 전국 매출 100대 기업에 포함됐던 르노삼성자동차가 내수와 수출 부진, 임단협 난항 등의 악재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전국 순위 118위로 밀려났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전국 매출 순위 100대 기업 가운데 부산의 기업은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매출 1000대 기업에 포함된 29곳의 총매출은 27조9280억원으로 전국 조사대상 기업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에 그쳤다. 서울(64.9%) 인천(2.5%) 경남(2.1%) 등과 비교해 크게 뒤처진 것이다.

이처럼 부산 기업들이 부진했던 이유는 코로나19와 경기 침체의 영향을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이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매출 1000대 기업에서 처음으로 탈락한 부산롯데호텔을 비롯해 에어부산 동아지질 태웅 화승네트웍스 등이 그렇다. 심재운 부산상의 기업동향분석센터장은 “지역 기업의 매출 규모와 부가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구조 개편과 신성장산업 육성을 위한 중장기 실행계획을 추진하는 게 시급하다”며 “지역 산업의 경쟁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대기업과 중견기업 유치도 절실하다”고 분석했다.
전국에서 가장 빠른 초고령화
부산은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고, 일할 젊은이들이 부족하다는 게 더 큰 문제로 꼽힌다. 부산시는 이달 말에 전체 인구 335만9334명 가운데 만 65세 이상이 20.4%인 67만3356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 등 대도시 중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곳은 부산이 처음이다.

부산의 고령화 속도는 전국에서 가장 빠르다. 지난 10년간 21만 명이 부산을 빠져나갔고, 출산율(0.75명)은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2047년이면 부산 인구는 250만여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연구원은 부산의 2곳을 소멸 위험과 우려 지역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그나마 지역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공공기관 2차 이전도 미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수도권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이른바 ‘혁신도시 시즌2’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주수현 부산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기업 유치와 공공기관 이전이 성사되지 않으면 수도권 집중화는 더욱 심해지고, 부산의 추락은 갈수록 더할 것”이라며 “정부는 제대로 된 지방분권 정책을 실행하고, 부산시와 부산상의는 고부가가치 기업 육성에 총력전을 펼쳐 일자리를 창출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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