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동창회라는 말까지"…대학 동기 결혼식은 전쟁터?

입력 2021-09-11 08:58   수정 2021-09-11 08:59


조그마한 바닷가 마을에 치과를 개업한 혜진(신민아 분)은 대학 동기 결혼식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분주했다. 모임에서 자신을 돋보이게 할 옷과 가방, 신발 등을 해외직구로 왕창 구매해 친구 앞에서 패션쇼를 펼쳤다. 그 탓에 이웃의 택배 일을 도와주고 있던 두식(김선호 분)은 쉴 틈 없이 수십 개의 박스를 혜진의 집으로 날라야만 했다.

새 옷을 입고 '어떠냐?'고 묻는 혜진에게 친구 미선(공민정 분)은 "괜찮다"고 답했다. 그러자 혜진은 "전쟁터에 입고 갈 갑옷을 괜찮은 정도로 고를 순 없다"며 눈을 반짝였다. 미선이 "동기 결혼식 가는 거 아니냐"고 하자 혜진은 "동기들 죄다 모일 테고, 지방에 개원했다고 볼 때마다 찔러댈 텐데 혈투가 예상된다"며 승부욕을 불태웠다.

미선은 그런 혜진을 한심한 듯 바라보며 "치과의사씩이나 돼서 다들 못났다"고 고개를 저었다. "나의 살 길은 오직 하나 뿐"이라는 혜진의 말과 함께 다시 택배가 쏟아졌다. 혜진은 여러 차례 옷을 갈아입어보며 "이건 좀 덜 부자 같지 않느냐"고 묻기도 했다.

드디어 결혼식 당일. 아니나 다를까. 사정이 생겨 늦은 혜진에게 동기들은 "시간관념 정말 철저했는데"라며 슬슬 공격을 시작했다.


혜진이 근황을 물으며 화제를 돌리자 한 친구는 "비슷하다. 평일엔 일하고, 주말엔 공 치고 쇼핑한다"고 말했다. 강남에 치과를 개원한 또 다른 친구는 "입구만 내 거고 나머진 다 은행 거다. 나도 힘들다. 작년에 세금만 3억을 냈다. 모범납세자 표창 받으러 오라는데 그냥 국가 공인 호구라는 말 아니냐"며 입을 삐죽거리면서도 "통장에 돈은 좀 꽂히는 것 같다"고 했다. 혜진은 그의 손가락에서 반짝이는 다이아 반지를 발견했다.

이때 대놓고 공격이 들어왔다. 친구는 "난 어떤 면에서는 혜진이가 더 부럽다. 바닷가가 보이는 시골 치과 얼마나 소박하고 귀엽냐"고 말했다. 일순간 정적이 흘렀고, 혜진은 애써 웃어 보이며 "너네 업데이트가 너무 느리다. 요즘 지방은 시골 같지 않다. 나폴리, 산토리니가 안 부럽다. 병원도 실속이 어마어마하다. 환자가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맞섰다.

tvN '갯마을 차차차'에서 동기 결혼식에서의 모임을 '전쟁'에 빗대어 표현한 '웃픈' 장면이다.

실제로 온라인상에서 동창회나 결혼식 등의 모임 참석에 입고 갈 옷이나 들고 갈 가방 등으로 고민 중이라는 글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모이면 다들 샤넬 가방을 들고 있다는 의미로 '샤넬 동창회'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한 결혼정보회사가 미혼남녀 322명을 대상으로 '하객패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결혼식 참석을 위한 의상을 따로 구매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64%였다. 이들 중 의상 구매 비용에 대한 부담을 느낀다고 답한 이들은 무려 87%에 달했다.

앞선 드라마 속 사례와 같이 참석자 간에 오가는 미묘한 신경전도 모임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기혼 여성 7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또 다른 조사에서는 일반 동창회나 모임 등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꼴불견으로 '자식, 남편, 명품 등 온갖 자랑하느라 침이 마르는 사람'이 1위로 꼽혔다.

최근에는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친구가 대기업에 다니는 내 남편을 향해 '대기업은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말을 했다"며 모임 이후 기분이 상했다는 사연이 올라와 주목을 받았다.

글쓴이는 "친구 남편의 직업은 교사다. 원래 친구랑 남편 이야기를 잘 안 하는데 언제부턴가 친구가 '안전한 게 최고다. 대기업은 언제 잘리거나 망할지 모른다'는 말을 하더라. 남편 선배들도 다들 정년퇴직하니 걱정 말라고 말하고는 넘어갔지만 영 기분이 좋지 않더라"고 토로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굳이 서로를 비교하며 살 필요는 없다", "무례한 소리를 반복하는 것에는 정색하고 제대로 이야기를 해줘야 할 듯", "남들 의식하지 않고 열심히 살다 보면 다들 부러워하는 삶이 될 테니 괜히 싸우지 마시길", "옳다 그르다 따질 문제도 아니고 서로 자존감 깎으면서까지 만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스스로 자존감을 높였으면" 등의 조언을 건넸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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