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불법점거 민주노총에 "더는 못참아"

입력 2021-09-10 17:54   수정 2021-09-11 11:38


10일 오전 현대제철 충남 당진공장 통제센터 앞은 19일째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점거 농성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차분했다. 건물 곳곳에 ‘투쟁’ ‘쟁취’ 등의 단어로 채워진 붉은색 현수막이 걸려 있었지만,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점거에 참여한 근로자 100여 명 중 절반은 햇볕을 피해 농성장 천막 안쪽에 비스듬히 앉아 있었고, 이들 사이를 경찰들이 서성였다. 불법 점거 상태를 ‘방치’하고 있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였다.
불법 점거 3주…경찰은 방치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소속 협력업체 근로자 2600여 명은 현대제철 자회사인 현대ITC 입사를 거부하고 ‘직고용’을 주장하며 무기한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 중 100여 명은 지난달 23일부터 당진제철소 통제센터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

점거와 농성이 길어지자 현대제철은 이날 신규 인력을 채용하기로 했다. 생산 현장 컨트롤타워인 통제센터의 정상화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파업에 참여 중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경력직 채용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현대제철은 현대ITC 등 3개 자회사를 통해 협력업체 비정규직 4400여 명을 고용했다. 전체 협력사 비정규직 7000여 명의 63% 수준이다. 나머지 2600여 명은 자회사 채용을 거부하고 점거 및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금속노조의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주도하고 있다. 자회사가 아닌 본사가 직접 협력사 비정규직을 채용하라는 게 이들의 요구다. 민주노총은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어기면서 세 차례에 걸쳐 1000명 이상이 참가한 대규모 집회를 열었지만 별다른 통제도 받지 않았다.

현대제철이 점거 측을 업무방해 및 폭행 등 혐의로 고소했지만, 노조측은 경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충남경찰청 관계자는 "노사 분쟁 현장에서 경찰력 발동은 최후적·보충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원칙"이라며 "고소 대상 불법 행위에 대한 조사는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출근 직원들의 초과 근로로 공장을 가까스로 돌리고 있으나,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생산에 필수적인 분야를 중심으로 인력을 충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명분 없는 파업과 점거 지속
뚜렷한 해결책 없이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통제센터를 점거한 측도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민주노총 측은 여전히 “자회사를 통한 고용은 또 다른 형태의 간접 고용에 불과하다”며 ‘직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자회사가 출범해 협력업체 직원 3분의 2가량이 정상 근무에 들어감에 따라 투쟁 동력은 상당히 떨어진 상태다.

그럼에도 협력사 직원들에게 유리할 게 없는 파업이 이어지는 이유는 민간기업이 자회사를 통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 첫 사례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이번 사례가 철강업계는 물론 사내 협력업체 비중이 높은 조선업계 등에도 곧바로 영향을 준다는 분석이다. 민주노총의 장기전에는 ‘세력 확장’이라는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물러설 수 없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강성 노조의 명분 때문에 결국 협력사 근로자들만 일자리를 잃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당진=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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