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다시 기본으로…에스프레소에 빠지다

입력 2021-09-16 17:10   수정 2021-09-27 20:00


신세계였다. 유명한 ‘에스프레소 바’라고 해서 찾아간 리사르커피 청담은. 첫 방문에선 세 차례 놀랐다. 사람들이 서서 커피를 마신다. 의자가 없는 카페라니. 에스프레소 한 잔 가격은 1500원. 그리고 마지막으로 맛.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마니아’라면 경험해보지 못했을 짧지만 깊고, 그래서 여운이 긴 그 맛. 한 잔 더 주문했다. 대부분 그렇게 서너 잔을 마시며 에스프레소란 낯선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아드 폰테스, 에스프레소
아드 폰테스(Ad Fontes).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basic)’는 의미의 라틴어다. 16세기 부패한 종교를 근원으로 돌려놓자는 종교개혁의 구호였다. 종교뿐만 아니라 학술, 과학,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종종 인용된다. 이 구호가 최근 국내 커피업계에서 조용히 울려퍼지고 있다. 우리에겐 낯설지만 ‘커피의 기본’인 에스프레소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에스프레소 바가 확산하고 있다.

새로운 문화를 퍼트린 주인공은 리사르커피. 서울 약수시장 뒷골목에서 출발해 입소문을 타고 성지로 거듭났다. 디자이너 출신 창업자인 이민섭 대표(사진)는 ‘한국인은 왜 에스프레소를 마시지 않을까’란 질문을 안고 카페를 열었다. 에스프레소에 맞는 원두를 찾아 에스프레소에 적합한 방식으로 볶아낸 뒤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재설계했다. 에스프레소가 탄생한 이탈리아 현지 에스프레소 특유의 꾸덕한 질감과 거품을 줄였다. 가격은 이탈리아 현지 가격(1.1유로, 약 1500원)으로 정했다. 2017년 약수시장에 터를 잡았고, 올해 초 서울 청담동에 2호점을 열었다.

에스프레소는 커피 음료의 기반이다. 스타벅스, 파스쿠찌, 폴바셋 등 국내 주요 카페 브랜드의 주력 제품은 모두 에스프레소를 응용한다. 에스프레소란 이름은 ‘익스프레스(express, 빠른)’란 의미로 빠른 추출 방식에서 비롯됐다.

에스프레소도 변주가 가능하다. 에스프레소 마키아토, 콘파나, 오네로소, 그라니타 등 다양하다. 마키아토는 에스프레소 싱글샷 위에 소량의 스티밍 우유를 올린 것. 이탈리아어 마키아토는 ‘점을 찍는다’는 의미다. 콘파나는 우유 대신 휘핑크림을 올린 에스프레소다. 우유와 크림을 올리면 오네로소. 그라니타는 에스프레소를 얼린 뒤 갈아넣는 시원한 음료다.
숨겨진 에스프레소 명소들
코로나19를 겪으며 에스프레소 바가 이곳저곳에 생겨난 건 우연이 아니다. 서서 빨리 마시고 나갈 수 있다는 점이 사회적 거리두기 환경과 맞았다는 분석이다.


에스프레소 바의 인기가 높아지자 파스쿠찌는 모기업인 SPC그룹 양재사옥에 에스프레소 바 형태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선보였다. 이름은 ‘파스쿠찌 에스프레소 바’. 플래그십 스토어에선 에스프레소 에스프레시노, 마키아토, 모카, 돌체 등 10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이탈리아 현지와 동일한 원두, 제조법으로 에스프레소를 만든다.

2018년 국내에 진출한 이탈리아 카페 브랜드 ‘타짜도르’는 현재 강남, 용산, 도곡, 동탄 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지의 맛을 그대로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리커피, 세가프레도 등 이탈리아 브랜드도 고유의 ‘에스프레소 맛집’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리사르커피와 같이 국내 태생의 에스프레소 전문점으로는 와이엠(YM) 에스프레소룸, 무슈부부커피스탠드, 리이슈커피로스터스 등이 있다. 서울 구파발역 인근에 자리잡은 YM 에스프레소룸은 메뉴보다 공간 디자인으로 알려졌다. 마치 이탈리아 두오모 성당에 들어선 듯한 종교적인 분위기로 꾸몄다. 방문객들은 미사에 참석한 듯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조원진 커피 칼럼니스트는 “커피산업의 성장과 더불어 취향도 세분화하고 있다”며 “고급 커피 문화가 계속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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