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한드 '오징어 게임' 정주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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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9-22 17:04   수정 2021-09-30 15:22

세계는 지금 한드 '오징어 게임' 정주행 중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역대급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K콘텐츠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이 작품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넷플릭스 드라마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 드라마로는 최초다. 전 세계 넷플릭스 드라마 순위에서도 처음으로 2위에 올랐다. 핏빛 서바이벌 게임에 현대인의 자화상을 고스란히 담아내 해외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콘텐츠 시장의 중심인 미국에서 선두를 차지함으로써 이른 시일 안에 세계 1위에 오를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차트 석권으로 ‘새 역사’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순위를 집계하는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은 21일 미국을 비롯해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 홍콩 등 22개국 넷플릭스에서 1위에 올랐다. 영국 프랑스 일본 등 50개국에서는 2위를 기록했다. 공개된 지 불과 4일 만의 성과다.

이 작품은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이 벌어지면서 시작된다. 채무에 허덕이던 456명의 사람들은 거액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게임에 참여한다. 9부작으로 만들어진 오징어 게임에는 제작비 200억원이 투입됐다. 이정재 박해수 정호연 등 화려한 라인업, 감각적이고 거대한 세트로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됐다. 연출은 ‘남한산성’ ‘수상한 그녀’ ‘도가니’ 등 장르를 불문하고 흥행작을 탄생시킨 황동혁 감독이 맡았다.

이번 성과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 시장에서의 기록이다. 앞서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킹덤’ ‘스위트홈’ 등이 잇달아 세계적으로 흥행했지만, 미국에선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지난해 공개된 스위트홈이 미국 드라마 부문에서 3위에 올랐던 게 최고 기록이다.



2~3시간 분량의 영화가 아니라 이야기 흐름이 긴 드라마로 세계 시장을 석권한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승리호’와 ‘살아있다’가 전 세계 넷플릭스 영화 부문 1위, ‘킹덤:아신전’이 2위를 차지했지만 드라마로는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오징어 게임이 가진 독특한 스토리의 힘을 강조했다. 포브스는 “기이하고 폭력적이지만 뛰어난 연기와 기억에 남을 만한 캐릭터, 창의적인 설정으로 가득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오징어 게임은 미국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도 전문가들이 작품의 참신함을 평가하는 ‘신선도 지수’ 100%를 기록했다.
○K콘텐츠의 영리함, 이번에도 통했다
오징어 게임의 흥행 비결은 K콘텐츠만의 영리한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장르와 소재의 보편성을 따르면서도 그 안에 한국만의 특수성을 잘 녹여낸 것이다. 킹덤이 해외에서 다수 제작된 좀비물에 한국 사극의 특성을 결합한 것을 떠올리면 된다.

이 작품도 목숨을 걸고 게임에 참여하는 ‘데스게임’이라는 장르를 해외에서 가져왔다. 데스게임은 2000년 ‘배틀로얄’ 이후 많은 인기를 얻었으며 미국, 유럽 시청자들이 즐겨 보는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오징어 게임은 여기에 세계 어디서나 공감할 수 있는 현대인의 욕망과 좌절을 소재로 내세워 보편성을 강화했다.


그러면서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구슬치기, 뽑기 등 지극히 한국적인 게임을 접목해 해외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또한 게임들이 생소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재밌는 아이디어도 더했다. 외국인 VIP들을 초대해 게임을 설명하는 장면을 넣어 게임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기존 데스게임 작품들과의 차별화도 시도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다른 데스게임 작품들과 달리 게임이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다”며 “게임 자체보다 결과에 따라 생존 여부가 갈리는 상황을 강조한 것으로, 통렬한 사회 비판과 풍자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황 감독도 “우리는 왜 매일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가야 하는가, 이 경쟁은 어디서부터 시작됐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길 바란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감정을 쉽게 투영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호응을 얻고 있다. 작품엔 뜻밖에 일자리를 잃고 사채까지 끌어다 쓴 기훈(이정재 분), 어릴 적부터 수재로 승승장구하다 거액의 빚을 진 상우(박해수 분) 등 수많은 인간 군상이 등장한다. 정 평론가는 “일본에서 먼저 데스게임 장르가 발전했지만 시청자들의 정서를 크게 자극하진 못했다”며 “오징어 게임은 다양한 인물의 감정을 생생하게 끌어내 큰 공감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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