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거래소 '먹튀 리스크' 해소됐지만…美·中 규제가 더 무섭다

입력 2021-09-26 17:56   수정 2021-10-07 15:18


60개 넘게 난립하던 암호화폐거래소가 순식간에 29개로 줄었다. 지난 25일부터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정부에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한 거래소만 영업할 수 있게 되면서다. 특히 현금으로 암호화폐를 사고파는 ‘원화마켓’을 운영할 수 있는 곳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네 곳만 남았다. 금융위원회는 26일 가상자산사업자 현황을 점검한 결과 신고를 포기한 36개 거래소는 모두 영업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미신고 사업자 폐업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라”고 지시했다.
금융위 “무더기 폐업 혼란 적을 것”
금융위는 군소 거래소의 무더기 폐업으로 인한 혼란은 크지 않을 것으로 자신했다. 신고서를 낸 29개 거래소의 점유율이 99.9%에 달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른바 ‘4대 거래소’를 제외한 25개 업체는 폐업 대신 ‘코인마켓’(암호화폐로 다른 암호화폐를 사고파는 시장)으로 전환해 계속 운영한다. 조정희 법무법인 디코드 대표변호사는 “원화마켓을 운영하는 안정적인 거래소로 이용자가 몰리면서 투자 리스크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소수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중심으로 경쟁이 제한돼 후발 스타트업이 성장할 기회는 좁아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잡코인’과 ‘작전’이 난무하는 함량미달 거래소가 대거 정리된 점은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이다. 특금법 시행령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가 직접 발행한 코인(일명 ‘거래소 코인’)을 상장하거나, 법인·임직원이 자기 회사에서 코인을 사고파는 행위(자전거래)도 금지된다. 권오훈 법무법인 차앤권 변호사는 “벌집계좌(이용자 자금이 뒤섞인 계좌)를 이용한 금융범죄가 줄어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수수료 경쟁이 약화되는 등 경쟁 측면에서는 소비자에게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숨 돌린 ‘빅4’, 후속작업 잰걸음
4대 거래소의 과점 체제는 더욱 공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비트가 압도적 1위를 달리는 가운데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빗썸·코인원·코빗의 반격도 거세질 전망이다.

하지만 결국 ‘코린이’들의 움직임은 거래소의 마케팅보다 암호화폐 시황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거래소 관계자는 “중국이 암호화폐 금지 방침을 재천명한 것을 비롯해 주요국 정부가 규제를 계속 강화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태”라고 했다. 중국의 엄포가 수차례 반복되면서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은 줄고 있다는 반론도 있다.

대형 거래소들은 금융위의 신고 수리가 마무리되는 대로 특금법에 따른 자금세탁방지(AML)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후속조치에 나설 예정이다.

우선 트래블 룰(travel rule) 시스템 구축도 발등의 불이다. 트래블 룰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권고에 따라 거래소에 코인 송·수신자 정보를 수집할 의무를 부과한 규제다. 업비트는 자체적으로 시스템 개발을 준비 중이고, 빗썸·코인원·코빗은 합작법인을 세워 공동 대응에 나섰다. 이와 별도로 내년 1월 1일 시행 예정인 암호화폐 과세에도 대비해야 한다.
NFT·디파이 등 투자처 다양해질 듯
사업자 신고를 준비하느라 다른 일에 거의 신경을 쓰지 못했던 암호화폐거래소들의 신사업 진출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들 업체는 콘텐츠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NFT(대체불가능토큰)와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등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통 금융회사와 손잡고 디지털자산 수탁(커스터디) 사업으로 영역을 넓힐 가능성도 있다.

‘투자자 보호’에 방점을 둔 거래소 구조조정이 마무리돼가는 만큼 ‘블록체인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중 고려대 특임교수(한국핀테크학회장)는 “준법을 명분으로 코인과 관련한 제약이 많아지면 상상력을 발휘한 신산업에는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임현우/박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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