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창업의 산실' ETRI…140개 기업에 날개 달아줬다

입력 2021-09-27 15:55   수정 2021-09-27 15:56


정부출연연구소의 맏형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배출한 기업이 이달 들어 누적 140개를 넘어섰다. 직원의 창업을 직접 지원해 설립한 기업 67개, ETRI홀딩스가 출자한 연구소기업 74개 등이다. 김명준 ETRI 원장은 “앞으로 3년 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대 스타트업) 배출이 목표”라며 “단순히 기업 배출에 그치지 않고 성장 지원, 투자금 회수, 재투자 등 선순환 체계를 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젠텍 등 상장…마인즈랩 상장 대기
ETRI는 2010년 정부출연연구소 가운데 최초로 기술사업화 전담기관인 지주회사 ‘ETRI홀딩스’를 설립했다. 연구소기업 배출이 주 임무다. 연구소기업은 출연연구소, 대학 등 연구 주체와 기업이 공동 출자해 설립하는 법인이다. 출연연구소 또는 대학이 지분 1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ETRI홀딩스는 창업 초기기업 가운데 하나인 연구소기업을 상대로 기술·법률 자문을 제공하고 전문인력을 지원한다. 비즈니스 모델(BM) 기획 등 경영 컨설팅을 하고, 자금 유치도 돕는다.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넘을 수 있게 동행하는 ‘셰르파(히말라야 등산대 인도인) 투자자’를 자처하고 있다. ETRI홀딩스는 민간 출신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삼성전기 신사업추진그룹장,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원 등을 지낸 윤상경 대표가 ETRI홀딩스를 이끌고 있다. 서성영 기술투자운영실장은 LG전자 MC부문 책임연구원, 강상욱 창업투자운영실장은 SK하이닉스 선임연구원을 지냈다.

ETRI홀딩스의 대표 연구소기업은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로 유명한 체외 진단기기 업체 수젠텍이다. ETRI홀딩스가 바이오칩 리더기 기술을 이전하고 현금을 출자해 2011년 12월 28번째 연구소기업으로 설립했다. 손미진 대표, 유승범 부사장 등 LG화학,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에 몸담았던 전문가들의 바이오기술(BT)과 ETRI의 정보기술(IT)이 융합해 탄생한 기업이다. 코넥스시장을 거쳐 설립 7년5개월 만인 2019년 5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슈퍼컴퓨팅 기반 유전체 분석 솔루션 업체 신테카바이오, 유전자 증폭 기술인 PCR(중합효소연쇄반응) 고속진단 기기를 개발한 진시스템 역시 ETRI 연구소기업이다. 신테카바이오는 2019년 12월, 진시스템은 올 5월 상장했다. ETRI는 세 기업 상장으로 출자수익 152억원을 올렸다.

현재 ETRI 연구소기업인 마인즈랩의 코스닥 상장예비심사가 진행 중이다. 2014년 1월 설립 후 빠르게 성장한 마인즈랩은 구독형 인공지능 서비스(AIaas)가 강점이다. 지난 4월 기준 누적 투자 263억원을 유치했고 기업가치 약 1000억원을 인정받았다.
○최장 6년 휴직 보장해 창업 독려
ETRI는 ‘예비창업 지원제도’를 통해서도 67개 스타트업을 배출했다. 이 제도는 ETRI 직원에게 최장 6년간 휴직을 보장하면서 창업을 독려하는 것이다. 아이템을 발굴한 다음 BM 수립 후 ETRI 창업심의위원회에서 최종 승인을 받으면 휴직과 동시에 창업할 수 있다. 창업자는 사업이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되면 퇴직을 신청하고 기업 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

가치소프트, 루센트블록, 호전에이블, 엑소시스템즈 등이 ETRI 예비창업 지원제도로 설립됐다. 가치소프트는 화물 구분용 스캐너 등 스마트 물류 솔루션, 호전에이블은 반도체·디스플레이용 전극 패키지를 공급하고 있다. 고가 부동산에 지분 형식으로 소액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 루센트블록은 올 들어 금융 규제 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 대상 기업으로 선정됐다. 웨어러블(착용형) 재활 솔루션을 개발한 엑소시스템즈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0’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예비창업 지원을 받아 설립된 시스템소프트웨어 전문업체 알티스트의 손동환 대표는 “개별 기업 역량으로는 얻기 힘든 지원을 받아 창업에 도전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연구개발(R&D) 성과물이 빛을 볼 수 있도록 체계적 지원이 계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TRI는 최근 AI,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해 대형 융합 성과 창출을 목표로 하는 ‘기획형 창업’을 독려하고 있다. R&D 단계부터 시장 수요와 BM, 특허 창출, 창업 등 전 주기를 고려하는 ‘창업 일체형 R&D’도 추진하고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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