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는 몰라도 곽상도 아들 50억은 안다 [성상훈의 정치학개론]

입력 2021-09-28 15:23   수정 2021-09-28 19:14


정치부 출입 기자를 하면서 의아했던 점이 두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여의도 내의 정치권 관계자 혹은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과 여의도 밖의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 사이의 관심도 차이가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것입니다.

정치권 관계자나 정치고관심층이 "이건 정말 중요하고 큰일이구나"하고 느끼는 일도 정치권 밖 사람들에게는 '듣긴 들어본 일' 혹은 '인터넷 포탈에서 헤드라인으로는 본 일' 정도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들에게는 대부분의 정치 뉴스가 커 보이고 중요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의미입니다.

또 하나는 이러한 정치 관심도의 차이를 많은 정치인들이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국민 대부분이 그들만큼 정치 사안에 대해 깊숙히 잘 파악하고, 또 파악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뉴스를 자세히 살펴보고, 빠르게 정보를 정리해 자신의 정치적 의견과 입장을 정할 것이라는 착각입니다.

바쁜 직장인이나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은 그럴만한 시간이나 에너지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민생과는 관계없는 '그들만의 이슈'로 다투는 걸 지켜본 국민들의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치권의 과도한 정쟁, 권력 다툼 등이 정치 혐오나 무관심을 일으킨 측면도 있을겁니다.

원인이 무엇이든 결과적으로 여론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도되는 1)쉽고 직관적이며 2)자신의 삶과 연계된 와닿는 경우에 반응합니다.
곽 의원 아들 문제에 당의 빠른 결단이 필요한 이유
이런 의미에서 야권에게 이번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아들의 50억 퇴직금 논란은 치명적입니다. 이해하기 쉽고, 직관적이며 국민들에게 와닿는 가족 문제·돈 문제와 관련돼 있기 때문입니다.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현직 정치인의 아들이 6년 일하고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았다'는 한줄이면 모든게 이해되는 문제입니다.

쉽게 이해되는 만큼 쉽게 분노를 일으킵니다. 국민의힘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특히 스윙보터로 떠오르는 2030세대가 크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뉘집 자식 아들' 문제에 질리도록 시달려왔기 때문입니다.

반면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공공과 민간 부동산 공동개발 구조, 이 사이의 복잡한 돈의 흐름 등은 복잡합니다. 한줄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입니다. '구린 냄새'가 나는건 분명하지만 한줄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정치저관심층들 대부분이 '들어는 봤지만 자세히는 잘 모르는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다수의 정치저관심층 잡아야 선거 승리

한국 갤럽의 정기적인 조사에 따르면 자신이 정치에 관심이 많다고 대답한 '정치고관심층'은 25%정도였습니다. 또 정치에 약간 관심이 있다고 대답한 '정치저관심층' 비율은 약 45%였고,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거나 아예 관심이 없다고 대답한 무관심층은 30%정도였습니다.

정확한 비율이 아닐지라도 역대 대선 투표율이 70~80%라는 점(20~30%는 투표장에 절대 가지 않는다), 투표에 참여한 콘크리트층의 비율, 부동층의 비율 등을 고려할때 정치 고관심층,저관심층 들의 비율은 꾸준히 이 정도 비율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또 아이러니 하게도 대통령 선거의 결과는 정치에 관심이 별로 없는 저관심층이 결정합니다. 고관심층 대부분은 이미 지지 정당이나 후보가 정해져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이 흔히 말하는 '콘크리트' 층입니다.

반면 상당수가 '부동층'인 정치저관심층은 이슈나 여론, 대통령 후보의 이미지와 역량 등에 따라 지지 정당이나 후보를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잡아야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정치권은 늘 '부동층'을 잡겠다고 공언하지만, 정작 부동층의 표심은 잘 파악하지 못하는 정치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망스러운 국민의힘내 반응

적어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 점을 빠르게 파악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곽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로부터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았다는 뉴스가 나온 당일 방미중임에도 긴급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해 곽 의원을 제명하려 했고, 그 사이 곽 의원이 당을 탈당하자 이번에는 의원직 사퇴를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이 대표는 이 문제와 관해 '육참골단'을 내세웠습니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초선의원들도 나섰습니다. 강민국·박대수·박성민·백종헌·엄태영·정동만·최승재 등 7명의 초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과 관련해 특혜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여야를 떠나 모두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곽 의원은 깨끗하게 의원직을 내려놓고 수사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기현 원내대표의 반응은 조금 실망스럽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초선 의원들이 곽상도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한 것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런 의견도 있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아직 의견 수렴을 다 못했다"며 "이준석 대표하고 의논해봐야 할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중진의원들 상당수도 비슷한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곽 의원의 흠집에 비해 이를 설계한 이 지사의 '대장동 게이트'가 훨씬 큰 문제가 아니냐"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곽 의원 논란이 얼마만큼 일반 여론의 분노를, 특히 정치저관심층과 부동층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는지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여야 성역없는 특검 추진과 검증 등과는 별개로 곽 의원에 대해서는 가장 강력하고 즉각적인 대처와 조치가 필요한 때입니다. '여의도 논리'와 '여의도 시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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