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봤다는 중대재해법, 경제계 "모호함 투성이"

입력 2021-09-28 16:53   수정 2021-09-29 02:49

‘과잉 입법’ 비판을 받아온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28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40일간의 입법예고 기간 동안 경제계와 노동계 양측의 목소리를 반영해 법 규정의 미비점을 손질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지만, 노동 전문가들 사이에선 “여전히 모호함 투성이”라는 지적이 터져나온다. 보완 입법 없이 내년 1월 예정대로 시행될 경우 경영활동 위축은 물론 산업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잇단 손질에도 여전히 ‘모호’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안을 심의·의결했다. 내년 1월 27일 법 시행을 앞두고 사실상 의견 수렴을 끝낸 확정안이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규정해 달라는 의견이 많았던 ‘경영책임자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최대한 구체화했다”며 “또 의미를 알 수 없다는 지적을 받아온 ‘적정한 예산 편성’과 ‘충실하게 업무 수행’ 등의 문구도 수정했다”고 밝혔다.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 중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지원 방안’에 대해 기존 안에서는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문구만 있어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이번 최종안에는 △업무에 필요한 권한과 예산을 주고 △업무수행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반기 1회 이상 평가·관리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의무가 더해졌다.

안전보건 분야에 대한 예산 편성 및 투입 관련 조항도 손봤다. 이전 입법예고안에서는 ‘적정한’ 예산을 ‘용도에 따라’ 집행한다고 규정해 경제계로부터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를 반영해 최종안은 △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안전·보건에 관한 인력, 시설 및 장비 구매 △확인된 유해·위험 요인의 개선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라는 내용으로 수정했다.

사업장에서 3명 이상 발생 시 사업주가 처벌받게 되는 ‘직업성 질병’ 기준도 일부 손질했다. 논란이 됐던 열사병의 경우 기존 ‘덥고 뜨거운 장소에서 발생한 열사병’을 ‘고열작업 장소에서 체온 상승을 동반한 열사병’으로 변경했다. 덥고 뜨겁다는 추상적 표현을 없애고, 체온 상승이 없는 열사병은 제외하겠다는 취지다. 급성 중독의 요건이었던 ‘일시적으로 다량의 (노출)’이란 표현도 없앴다. 우연하고 경미한 질병을 배제하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냉방병으로 알려진 레지오넬라증 등 경미하다고 지적받은 일부 질병은 여전히 남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최소 1년 유예기간 더 줘야”
시행령 손질에도 불구하고 이 법을 바라보는 경제계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시행령 곳곳에 그대로 남아 있는 모호한 법 규정이 고스란히 기업과 경영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성명에서 “중대재해 발생 시 책임을 지는 경영책임자가 누구인지 구체적인 기준이 없고 직업성 질병의 중증도 기준도 전혀 명시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입장문을 통해 “전문가도 파악하기 어려운 사업주의 의무를 중소기업이 스스로 알아서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세부 가이드 라인을 보급하고 처벌보다 계도 중심으로 최소 1년 이상의 준비 시간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규정을 구체화한 게 아니라 오히려 살을 붙였다”며 “사용자에게 의무만 추가로 더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세종 중대재해대응센터장 김동욱 변호사는 “예산 편성의 기준을 제시하는 등 불확실했던 안전보건확보의무 내용을 일부 구체화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다만 안전보건 ‘관련 법령’이나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등 일부 규정의 의미와 범위가 모호한 점에서 여전히 해석상 문제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번 시행령안에 대한 설명 자료는 국무조정실에서 먼저 배포했지만, 내용을 알기 어렵다는 지적에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별도 후속 자료를 제공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주무부처가 아니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고용부가 애초 다음달 발간할 예정이었던 실무 가이드북은 현재 고용부와 경찰 간 중대재해법 수사권 갈등에 밀려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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