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아베·스가'…日전문가가 본 아베노믹스의 3가지 죄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입력 2021-09-29 07:24   수정 2021-09-29 10:14


제100대 일본 총리를 사실상 결정하는 집권 자민당 총재선거가 29일 치러진다. 일본 미디어들은 기시다 후미오 전 정무조사회장과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의 양강 구도를 예상하고 있다.

아베 신조 전 총리 내각의 경제정책을 이어받은 스가 요시히데 내각의 퇴장과 함께 아베노믹스(아베 정권의 대규모 경기부양책)도 9년 만에 막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시다와 고노 두 후보 모두 아베노믹스와의 결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대규모 금융완화와 재정확장 정책으로 대표되는 아베노믹스는 기업의 실적을 개선하고 8000대까지 떨어졌던 주가를 30,000선까지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대기업과 부유층만 성장의 과실을 누렸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일본 경제·통화정책에 해박한 경제학자인 고노 류타로 BNP파리바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9년간의 아베노믹스가 지은 3가지 죄를 마이니치신문을 통해 지적했다. 생산성 정체, 임금 감소, 소비 부진이 그것이다.

고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베노믹스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기 호황이었던 이자나미경기(2002~2008년)와 맞먹는 장기호황을 달성해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호황의 장기화를 중시한 나머지 3가지 죄를 저지르는 우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무리하게 재정확장과 금융완화를 지속한 탓에 좀비 기업이 양산되면서 잠재성장률과 생산성 향상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임금도 오르지 않았다.

경제격차를 심화시킨 것도 일본 경제에 독이 됐다. 버블(거품)경제가 깨진 1990년대 이후 일본 기업들은 사회보험료를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집중적으로 늘렸다. 현재 비정규직의 비율은 전체 근로자의 40%에 달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기업들이 주로 비정규직을 줄이면서 경제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호황기에도 소비를 억제하는 경향이 강하다. 일본의 사회안전망이 부족하고, 불황기에는 가장 먼저 정리 대상이 된다는 경험 때문이다. 고노 수석은 "소비가 부진해 매출이 늘지 않자 기업이 설비투자와 임금을 억제하고 이것이 다시 소비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수습 이후 고용을 안정화시킨 뒤에는 정부가 과도한 경기자극책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아베 정권이 막대한 정부 부채를 줄이기 위해 2차례 소비세를 올린 것도 경제에 찬물을 끼얹었다. 잠재성장률이 0.5%를 밑도는 일본 경제의 체력은 한번에 2~3%씩 오르는 소비세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지출을 줄이려는 노력은 게을리한 채 세수만 늘리려다보니 생겨난 결과라는 지적이다.

고노 수석은 "소비세율을 2~3년마다 0.5%포인트씩 올려 실질 소득이 줄어드는 것을 피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통계기관이 없는 문제도 지적했다. 고노 수석은 "통계기관이 총리의 눈치를 보고 정권 상황에 맞게 통계를 만든다"며 "새 정권은 독립적인 재정기관을 설립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차기 정권의 최대 과제를 일본의 경제구조 전환으로 꼽았다. 고용과 같은 경제의 안전성을 지나치게 중시하면 성장분야를 정체시킨다는 설명이다. 고노 수석은 "고용의 유동성을 높이면서도 실업보험과 직업훈련으로 노동자를 보호하는 북유럽식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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