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열리는 미국 국방 시장 그 기회를 잡기 위한 조건

입력 2021-09-30 06:55   수정 2021-10-08 08:32

‘실리콘밸리의 국방 침공’시리즈 마지막은 미국 국방시장에 몰아치고 있는 거대한 변화를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성공적인 미국시장 진출의 기회로 만들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지난 25년간 미국 현지에서 하워드휴즈 연구소, 보잉, 레이시언 등의 대기업 연구원부터 딥테크 스타트업 창업까지 두루 경험하면서 느낀 건, 연구든 무기든 무언가를 미국 국방시장에 ‘지속적으로’ 팔려면, 그 회사는 미국 안보를 자신의 안보와 뼛속까지 동일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성공적으로 보여준 회사가 영국에 본사를 둔 BAE 시스템이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BAE는 영국에서 가장 큰 제조업 회사라고 나와있다. 미국 지사만 미국 국방시장에서 여섯 번째로 큰 회사로 알려져 있다. 한국 IT업계나 제조업과 비교하자면 삼성 LG 현대기아 네이버 카카오 바로 밑쯤이라 할 수 있겠다. 이 회사에 대해 필자가 정말로 놀랐던 점은, 미국 법인 BAE 시스템이 정말 미국회사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이 회사와 여러 번의 협력을 해 봤는데, 본사가 영국 회사라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았을 정도로 본사와 지사는 완벽하게 분리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다른 국방 대기업과는 달리 연구팀의 기술적 완성도, 개발, 의사결정 속도도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과 맞먹을 정도로 유연하고 자유로웠다. 한국의 KAI나 한화, 대한항공, 새트렉아이 같은 국방 항공회사들이 미국 진출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면 필자는 이 회사를 벤치마킹 하기를 적극 추천한다.
BAE 시스템과는 다른 접근 방식으로 미국 국방시장에서 크게 활약하는 회사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이스라엘의 IAI다. 공식적으로 미국에 지사는 없지만 거의 지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협력 회사들이 널려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방 항공 분야의 미국 스타트업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으며, 직접적인 무기 판매 이외에도 이들 회사를 통해서 미국 국방시장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기 전이긴 하지만, 한가지 반가운 점은 IAI와 비슷한 방식으로 미국 국방시장에 참여하려는 한국 방산회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접근 속도나 스케일을 보았을 때 현재보다 최소 열 배 이상의 인력과 자본을 투자해야 그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물론 BAE 시스템이나 IAI 같은 방식이 아닌, 미국 국방시장에 한국 회사가 기술과 무기를 직접 수출하는 건 가능하다. 실제 미국의 국방시장은 기술력을 갖춘 한국회사들에게 과거보다 더 커다란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개발에 중점을 두는 과제의 양과 수를 점점 더 줄이면서 짧은 시간 내에 가능한 프로토타입 제작, 모의실험과 성능테스트 과제의 비율을 늘리고 있다. 미국이 완성도 높은 고도 기술을 언제나 환영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공지능이 열어준 민간+국방 협력체계는 사이버 보안이나 무선통신 같은 비국방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속도만큼 빠르게 국방 분야로 흡수하려는 미국 국방부 리더들과 정치인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신속 국방 수주사업의 목적으로 설립된 미국의 Defense Innovation Unit (DIU) 소장인 마이클 브라운은 국방이 원하는 기술을 아마존이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IT회사들의 개발 속도와 스케일로 국방 수주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IT강국이자 최근 탑 기술력을 가진 인공지능 스타트업 회사들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한국에게, 이같이 비국방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개편중인 미국 국방시장은
엄청난 기회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미국 수주자인 국방부의 입장에서 볼 때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에 비해 한국회사들의 참여나 노력이 너무 미미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앞서 이야기 한 ‘뼛속까지’ 미국 안보를 걱정하는 지에 대한 의문점을 해결하는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거 같아 안타깝다. 또 다른 과제는, 설사 우리만의 기술과 제품이 준비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미국이 구매하려면 구매자 기관과 관계 정립은 물론이고, 미국 의회에서 이런 기술과 제품을 구매할 예산이 책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편에서 소개한 안드릴이나 팔렌티어 같은 회사가 워싱톤DC에 30~50명의 로비 그룹을 상주시키면서 의회 담당자나 군 정책 담당자들과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설득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과 제품이 있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판매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뒤따른다. 우리는 그럼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과연 한국 정부나 기업들은 이 기회를 진정으로 우리의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가?

또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한국의 정부 주도형 연구 기획, 모니터링, 그리고 평가가 전반적으로 너무 지나치게 세부적일 뿐더러, 또 연구기술개발과는 거의 무관한 부수적인 사항들에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허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3년간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산업, 국방 분야에서 신생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또 수주 과정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었는데, 한국의 과제기획은 모험적이고 도전적이어야 할 개발이 분명함에도 소위 파이널 ‘스펙’이 연구 시작 전부터 ‘완성’되고 연구 기간 동안 거의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모든 과제가 이렇게 기획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이쯤 되면 한국의 과제 기획자들은 앞으로의 2~5
년 동안의 기술발전 정도를 오차없이 볼 수 있는 특별한 힘이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형 DARPA 과제를 기획하고 진행한다면, 정부 과학기술 관계자들은 이 프로젝트의 방향을 잡아주고 개발과정을 투명하게 관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 실제 기술개발과 스펙은 연구자와 개발자들에게 전적으로 맡겨야 할 것이다. 또 국회에서 요구하는 자료 제작이나 발표가 있다면 이를 연구자나 기술자들에 전가하지 않고 정부 과제 담당자가 해결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25년 동안 미국 국방과제를 하면서 미국 국회 발표에 필요한 자료 만들어 달라고 요구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DARPA는 자신들이 만들고 있는 기술이 세계 최초이자 최고임을 인지하면서도 동시에 세부 스펙 목표 수정을 필요에 따라 비교적 자유롭게 조정하는 유연함이 강점이다. 반대로 한국 정치인들은 어떤가. 전문 지식 없이 언론의 주목만을 위한 ‘한방’을 찾고자 하는 국정감사 같은 권력을 무기로 관련 전문가들이 모험적인 연구개발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을 아직도 만들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필자의 이런 걱정이 기우이기를 바라지만, 선진국 모두가 지금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인공지능 개발과 교육에 전력을 쏟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우리 나라 뉴스의 95%이상이 부동산과 검찰 경찰 관련 기사라는 점에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정부 관계자, 출연연구소, 그리고 기업에서 묵묵히 국방, 항공 연구와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분들에게 응원의 파이팅을 보내드린다.

<류봉균 대표>
▶현 (주)세이프가드AI 창업자 겸 대표
▶현 EpiSys Science 창업자 겸 대표
▶전 보잉 팀장, 수석연구원, 및 개발책임자
▶미국 콜럼비아대 전자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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