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외모, 부드러운 목넘김…전통주愛 취하다

입력 2021-09-30 17:16   수정 2021-10-01 01:34


‘술’은 고유명사다. 일본의 사케, 러시아의 보드카, 멕시코의 테킬라처럼 한국에는 고유한 맛과 향을 지닌 술이 있다. 영어로 전통주를 부를 때도 기존 영어 단어로 풀어 쓰지 않고 발음하는 대로 ‘Sool’이라고 쓴다. 한국에서 나는 곡류로 빚은 전통주는 와인 이상으로 제조법과 양조장별 개성이 다양해 다른 말로 대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전통주의 기본은 막걸리다. 쌀 누룩 물로 빚은 막걸리 원주에 물을 섞은 게 흔히 접하는 막걸리다. 쌀 대신 밀이나 고구마 같은 다른 재료를 쓸 수도 있다. 이렇게 빚어 숙성한 술은 빛이 희기 때문에 백주, 탁하다는 의미로 탁주라고도 부른다.

보통은 완성된 막걸리 원주에 물을 섞어 마신다. 도수를 낮추고 청량감을 높이기 위해서다. 막걸리 원주는 보통 알코올 도수가 15도 정도인데 원주 비율이 높을수록 도수도 높고 목으로 넘길 때 꾸덕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든다.

한 번만 숙성해 ‘단양주’로 완성할 수도 있지만, 완성한 술에 다시 누룩과 물을 넣어 향과 맛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 여러 차례 덧술을 대서 숙성한 술을 ‘가양주’라고 한다. 두 번 숙성하면 이양주, 세 번 숙성하면 삼양주다. 많이 발효할수록 알코올 도수가 올라가고 단맛과 향이 진해진다. 술의 점성도 진해져서 마실 때 물이 아니라 우유를 먹을 때 같은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막걸리를 맑게 거르면 약주가 된다. 잘 만든 약주에서는 배나 사과에서 느껴지는 단맛이 난다. 여름에는 냉동실에 차게 보관했다가 마시면 상큼하고 시원하게 넘어간다. 보통 알코올 도수가 12~15도 정도로 와인과 비슷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약주를 끓여서 만드는 높은 도수의 술은 소주다. 공장에서 만들어 ‘초록병’에 담긴 소주와는 다르다. 흔히 접하는 소주는 순수한 알코올인 주정에 물과 약간의 감미료를 섞어 대량생산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대량생산하는 희석식 소주는 어느 회사든 맛에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전통 방식인 증류식 소주는 사용하는 쌀의 종류나 숙성 방식에 따라 꿀향이나 오크향 같은 고유의 향을 느낄 수 있다. 향이 잘 모이는 유리잔에 소주를 담으면 마시기 전에 코끝에서 한 번 향을 느끼고, 마시면서 입안에서 느껴지는 향과 맛을 즐길 수 있다. 다 마신 뒤에는 코 뒤편에서 올라오는 고도주 특유의 잔향도 느껴진다. 높은 알코올 도수가 부담스럽다면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술을 끼얹어 마셔도 색다르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단맛이 알코올 맛을 중화시키고 술의 향은 살려준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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