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이 몽룡 마음 훔쳤던, 거북이가 토끼 꼬셨던 그 술…조선 3대 명주, 감홍로

입력 2021-09-30 17:14   수정 2021-10-01 01:35


“어느 지역에서 어떤 재료로 만들었는지 곱씹으면서 술맛을 느껴보세요. 스토리를 알고 즐기면 전통주의 매력은 무궁무진해집니다.”

‘전통주 소믈리에’ 김민현 씨(31)와 이성국 씨(30)는 “전통주를 마실 땐 스토리에 주목하라”며 이같이 조언했다. 이들은 소믈리에다. 와인만 소믈리에가 있는 게 아니다. 전통주 소믈리에는 전통주를 찾는 이들에게 길라잡이 역할을 해준다. 각자 취향에 맞는 전통주를 추천하고,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김씨는 “지난해부터 전통주를 제대로 알고 싶다며 조언을 구하는 20~30대가 부쩍 늘었다”며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술 한잔도 더 맛있게 즐기려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도 “전통주를 ‘아재(아저씨) 술’로 여기던 시대는 지났다”며 “전통주는 어떤 재료로 어떻게 발효·숙성하느냐에 따라 진한 풍미(막걸리)부터 맑고 깨끗한 맛(청주), 향긋한 과일향(전통와인)까지 맛이 다채롭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2019년부터, 이씨는 2017년부터 전통주 소믈리에로 일하고 있다. 이씨는 “한국에는 정말 맛있는 전통주가 지역 곳곳에 숨어 있다”며 “그 맛을 소개하고 알리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이씨는 꼭 한 번 맛봐야 하는 전통주로 ‘감홍로’를 꼽았다. 감홍로는 《별주부전》과 《춘향전》에도 등장하는 ‘조선 3대 명주’다. 별주부전에선 거북이가 토끼를 회유할 때 “용궁에 가면 감홍로가 있지”라고 한다. 춘향이는 한양 가는 이몽룡에게 감홍로를 대접한다. 감홍로는 열대과일인 용안육에 진피, 계피, 감귤 등을 넣고 숙성시켜 달콤한 향이 난다. 이씨는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감홍로를 부어 아포가토처럼 먹으면 별미”라고 말했다.

“전통주는 종류마다 최적의 온도가 제각각 다르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김씨는 “막걸리는 5도 미만으로 차갑게 먹고, 증류식 전통소주는 상온에서 마셔야 풍미를 더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10~11월에 마시기 제격인 전통주로 ‘신도주’를 추천했다. 신도주는 햅쌀로 빚은 술이다. 김씨는 “전국 어느 양조장이든 그해 첫 쌀을 수확해 신도주를 빚는다”며 “햅쌀로 찐 무리떡(백설기)과 고두밥을 버무려내는 은근한 단맛이 일품”이라고 했다. 이씨는 “전통주 입문자라면 살고 있는 지역에서 나오는 술을 먼저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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