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권 중 600개가 넘는 위원회를 운영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처음이다. ‘위원회 공화국’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노무현 정부는 임기 중 579개 위원회를 가동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를 530개로 줄였고, 박근혜 정부 때도 28개만 늘려 558개를 운영했다.
행정기관 위원회는 정부가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주로 전문성을 보완하거나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된다. 탄소중립위원회는 전자, 최저임금위원회는 후자에 해당한다. 하지만 위원회가 정부 정책과 반대로 가는 경우는 드물다는 평가다. 정부가 위원회에 결정을 위임하는 형식을 취하면서도 실제로는 임명권 등을 앞세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정권 입맛대로 정책을 좌우하면서도 비판을 피해가기 위한 면피용으로 위원회를 설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 정부 들어 급격하게 오른 최저임금과 건강보험료율 결정도 위원회를 통해 이뤄졌다. 경제계 관계자는 “최저임금위원회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근로자와 사용자 또는 공급자와 가입자가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에 정부가 임명한 공익위원이 사실상 결정을 주도한다”고 말했다.
한 부처 관계자는 “회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열리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정부가 판단을 유보하고 싶을 때도 위원회에 사안을 넘기고 회의를 자주 하지 않는 방식을 이용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국립공원위원회, 수산물유통발전위원회,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운용위원회, 청소년정책위원회, 뿌리산업발전위원회 등 150개는 회의를 개최하기는 했지만 대면회의를 한 적은 없었다.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위원회는 매년 정비 대상에 이름을 올린다. 하지만 위원회가 폐지되거나 통폐합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올해는 84개가 정비 대상에 올라 9개가 폐지 결정됐다. 9개는 통폐합을 추진 중이고, 나머지 66개는 계속 운영하도록 했다. 지난해는 4개, 2019년엔 5개, 2018년엔 7개만이 폐지 또는 통폐합됐다.
위원회가 정치에 참여하려는 교수들의 활동 무대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수천 명에 이르는 위원회 소속 위원 중 교수 등 학계 인사가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A부처의 한 사무관은 “교수 출신 장관이 수개월의 짧은 임기 동안 친분이 있는 교수들을 대거 산하 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했다는 소문이 돌아 논란이 된 적이 있다”고 귀띔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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