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겟돈'…美기업 실적·주가 흔드나

입력 2021-10-08 17:23   수정 2021-11-07 00:01


“대란이 아니다. 아마겟돈(최후의 전쟁)이다.”

연말 ‘대목’을 앞둔 미국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다음달 26일 블랙프라이데이와 12월 크리스마스는 미 유통업계의 매출이 급증하는 시기다. 하지만 미국 주요 항구 등에서 병목현상이 심각해지면서 기업들이 제때 상품을 확보하지 못해 대목 장사를 놓치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운임은 급등했지만 소비자에게 가격을 전가하지 못해 팔수록 손해를 볼 가능성도 높아졌다.

올 4분기 실적을 지키기 위해 미국 기업들은 컨테이너선을 전세 내는 등 사활을 걸고 있다. 컨테이너와 아마겟돈을 합친 ‘컨테이너겟돈’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컨테이너겟돈에서의 승패 여부가 미 기업의 하반기 실적과 주가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선박 ‘전세’ 내는 유통업체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미국 수입 화물의 절반 이상을 처리하는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항구와 로스앤젤레스(LA) 항구 앞에서 발이 묶인 컨테이너선이 60척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쇼핑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이 주문해둔 화물은 급증했지만 이를 처리할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LA 항구로 들어오는 화물은 작년 최대치보다 30% 늘어났다. 반면 LA와 롱비치 항구에서 화물을 하역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3월 3.77일에서 5월 4.76일, 지난달에는 5.40일로 늘어났다. 이조차 평균치일 뿐이다. 최근에는 입항, 하역까지 3주일이 걸리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다음 단계도 첩첩산중이다. LA 철도기지에 도착한 화물이 출발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5월 7.6일에서 지난달 15.9일로 평균 두 배가량 길어졌다. 트럭도 충분하지 않다. 일손 부족으로 단계별 작업이 지연되면서 물류난이 악화되는 상황이다. 컨설팅회사 SRG의 버트 플리킹어 전무는 “현재 운송 중인 상품 가운데 20~25%가 블랙프라이데이까지 매장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마트, 타깃, 홈디포, 코스트코, 달러트리 등 주요 유통기업은 아예 컨테이너선을 통째로 빌리는 방법을 택했다. 유통기업의 연간 이익 중 3분의 1이 발생하는 블랙프라이데이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다양한 묘책도 짜내고 있다. 월마트는 가장 널리 쓰이는 40피트 컨테이너가 현장에서 자취를 감추자 재빨리 53피트 컨테이너를 쓸어모았다. 홈디포는 대기 시간이 긴 LA 항구를 포기하고 샌디에이고 항구에서 하역했다. 홈디포는 주택 리모델링 수요 등에 힘입어 올 들어 주가가 30% 가까이 상승했다.
재고 관리가 4분기 실적 좌우
월마트 등 선박을 확보한 기업들은 4분기 실적 방어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제이슨 밀러 미시간주립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월마트, 타깃 등 유통기업들은 매출에 맞춰 재고 관리를 잘해왔다”며 “의류, 액세서리 기업의 경우 판매는 늘어나는데 재고는 줄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판매를 놓쳤을 경우 기업들은 이미 생산한 제품을 재고로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가중된다.

스위스 은행 UBS는 최근 보고서에서 “가격 결정력이 있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운임, 원자재값 상승을 제품 가격 인상으로 만회할 수 있는 기업이 이익을 지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일부 업종에서는 대목을 포기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에서 제품 대부분을 생산하는 완구업종이 대표 사례다. 장난감 회사들은 연매출의 70%가 4분기에 창출된다. 그러나 운임이 소비자가격의 절반에 육박할 만큼 치솟고 운송시간마저 길어지자 아예 운송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진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둔 의류기업들도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나이키는 지난달 베트남 공장 폐쇄로 1억 켤레가량의 신발을 생산하지 못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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