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특급 요지'에 임대주택 넣는 게 합리적 도시개발인가

입력 2021-10-13 17:15   수정 2021-10-14 06:36

국내 최고의 도심 요지에 임대주택 건설 여부로 벌어지는 서울시와 강남구 대립이 심상찮다. 서울시는 시 소유 부지를 건물만 분양하는 변형된 임대주택 단지로 추진 중이고, 강남구는 앞서 발표된 대로 ‘국제교류복합지구 마이스(MICE: 회의·관광·컨벤션·전시) 단지’로 조성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문제의 땅은 서울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터와 그에 딸린 서울시 공공부지다. 바로 옆에 현대자동차가 초고층 신사옥을 세우고 있다. 서울시가 야심차게 발표한 ‘영동대로 환승 지하도시’와 추진일정을 고시한 미래형 마이스단지도 바로 인근이다.

‘토지 임대부’라는 방식에 대한 논란은 적지 않지만, 임대주택 확충을 위한 공공의 노력 자체는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관건은 실효성이다. 서민 주거난에 실제로 도움이 돼야 한다. 이 땅에 ‘홍콩식’으로 짓는다면 3000가구의 밀집 주택을 건설해도 기술적인 어려움은 없을 수 있다. 반면에 한국에서 제일 비싼 도심의 이 땅을 처분하거나 용도를 바꾸고, 그 재원으로 도심을 벗어나면 몇 배나 많은 깔끔한 집을 지을 수 있다. 더구나 강남구는 “제3의 임대주택 부지를 제안하겠다”며 대안도 내고 있다.

임대주택 입주 대기자는 지난 6월 말 현재 6만9715명에 달한다. 집값이 급등하면서 잠재 수요자는 몇십 배가 될 것이다. LH와 계약하고도 원하는 집이 없어 13년5개월을 기다린 대기자까지 있다는 게 국감자료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도심에서 소수의 ‘로또 당첨자’를 내기보다 역세권 주거지역이나 그 인근에 우량 주택을 많이 만드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 아닌가. 그렇게 물량을 순차적·안정적으로 확대한다면 ‘소셜 믹스’도 자연스레 이뤄지면서 아파트단지의 임대 동(棟)을 억지 분리하는 볼썽사나운 울타리도 없어질 것이다.

도시의 발전과 진화라는 측면도 중요하다. 유한한 자원인 땅의 경제적 이용가치를 극대화하면서 그에 따른 개발이익을 상식적·합리적 수준에서 환수해 서민주거 비용으로 투입하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옛 성동구치소 자리의 토지임대부 주택 건설에 대한 주민과 서울 송파구청의 문제 제기도 같은 맥락에서 일리가 있다. 100년을 내다봐야 할 도시개발 행정이 실속도 없는 ‘배아파리즘’ 해소용으로 전락해선 곤란하다. 자칫 도시의 경쟁력도, 서민주거 확충도 다 놓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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