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들이 직접 식단 짠다…軍 급식, 50년 만에 '대수술'

입력 2021-10-14 14:03   수정 2021-10-14 15:52


‘부실급식’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던 군이 50여년 만에 군 급식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장병들을 식단편성에 직접 참여시키고 식재료 조달은 기존의 수의계약 방식이 아닌 전량 경쟁 조달 방식으로 전환한다.

국방부는 14일 “MZ세대 장병의 선호가 반영돼 맛과 질이 획기적으로 높아진 것을 체감할 수 있는 장병 중심의 조달체계로 개선하겠다”며 ‘군 급식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장병들을 식단 편성에 참여시키고 장병 만족도 조사결과를 급식 식재료 조달에 반영한다. 급식 2~3개월 전에는 장병 참여 식단 편성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흰 우유 등 선호도가 떨어지는 급식은 퇴출한다. 흰 우유는 올해에만 군 급식에 연간 393회 지급됐다. 이를 내년 313회(올해 기준의 80%), 2023년 235회(60%)로 줄인 뒤 2024년부터는 급식기준을 완전 폐지하기로 했다. 의무적으로 흰 우유를 보급하는 대신 장병이 원하는 경우에만 공급한다는 것이다. 흰 우유가 빠진 자리에는 장병들의 선호에 따라 초코우유나 딸기우유, 두유 등 다양한 대체 유제품이 도입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우리 쌀 소비를 촉진한다는 명목으로 햄버거빵, 핫도그빵, 건빵, 쌀국수 등 군납 가공식품의 쌀 함유의무도 폐지된다. 조리병의 수고를 덜고 맛 보장을 위해 김치도 임가공 김치가 아닌 완제품 김치를 보급하도록 했다. 축산물 납품 방식도 변경된다. 내년부터 돼지와 닭 등 축산품 납품이 마리당 계약에서 부위별·용도별 계약으로 바뀐다. 국방부 관계자는 “대한민국 단체급식 중에서 정해진대로 먹는건 우리 군밖에 없었다”며 “과거에 너무 왜곡된 구조에 있다보니 지금 정상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장병 급식비도 대폭 인상한다. 내년 하루 기본급식비는 올해(8790원) 대비 25% 인상된 1만1000원으로 책정됐다. 2024년에는 1만5000원까지 올린다는 계획이다.

식자재 조달은 기존의 수의계약에서 단계적으로 경쟁체제로 전환된다. 기존 농·축·수협과의 수의계약은 2024년까지는 유지하되 계약 물량을 올해 기본급식량과 비교해 내년 70%, 2023년 50%, 2024년 30%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낮춘다. 오는 2025년부터는 군 급식에 납품되는 식자재 조달을 전량 경쟁조달 방식으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경쟁조달 체계에서 군납 비리가 일어날 수 있는 우려에 대해서는 적극 해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장병들이 참여해서 같이 식단을 짜고 이후 결과를 피드백으로 받기 때문에 (군납비리는) 굉장히 어렵지 않나 싶다”며 “국가에서 군납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비대면 체계인 전자조달체계를 통해 진행하기 때문에 계약대상자와 직접 만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역 농가와 보훈 단체 등의 반발에 대해서는 국내산 원칙, 지역산 우선구매 등의 원칙을 갖고 해소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존 농·축·수협도 시설과 노력을 통해 요구조건을 갖추면 언제든지 우선 고려하겠다”며 “국가계약법상 계약 대상자를 (대기업 등으로) 상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보훈·복지단체와의 급식류 수의계약도 내년부터 폐지한다. 보훈·복지단체에 수의계약으로 배정된 피복류도 내년부터 차츰 줄어 2025년 이후에는 전량 경쟁조달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들 단체의 반발도 예상된다. 중소기업 제품만 썼던 통조림류와 면류, 소스류, 장류 등에 걸친 16개 품목도 내년부터는 대기업 제품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군 관계자는 “보훈단체 납품하는 일부 물품 중 장병 만족도가 떨어져 장병의 기본권 보호 문제점 등이 있었다”며 “국가 예우가 필요한 분들에게는 직접적 지원 방안을 관계부처와 찾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조리병과 민간조리원, 영양사, 급양관리관은 증원한다. 조리용 로봇과 오븐기 등 조리기구 도입도 확대해 이들의 업무 부담 경감에도 나선다. 국방부는 “지속적인 병역자원 감소 등을 고려해 군에서 직영하되, 민간조리원만으로 운영하는 병사식당을 시범 운영하고, 이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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