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부정출혈(부정기적인 질 출혈) 증상이 있었다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되면서 “백신 부작용이 아니냐”는 우려가 퍼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백신과의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다른 원인이 있었을 가능성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게 자궁근종과 자궁내막암이다. 부정출혈을 방치했다간 자칫 유산과 난임으로 이어지고, 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는 만큼 조기 진료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상당수는 자궁근종이 생겨도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근종의 위치·크기·개수에 따라 월경량이 많아지거나 부정출혈이 나타날 수 있다. 근종이 괴사하거나 염증을 일으켜 골반 및 허리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근종이 커지면 방광, 요관을 눌러 빈뇨 등 배변 질환이 생기기도 한다. 방치하면 유산과 난임의 원인이 된다.
무서운 질환이 될 수도 있는 자궁근종은 가임기 여성의 20~40%가 앓을 만큼 흔한 질병이다. 한 번 생기면 잘 없어지지 않는 데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많이 분비되면 크기도 조금씩 커진다. 에스트로겐이 자궁근종의 주요 원인으로 추정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이유로 초경이 빠를수록 자궁근종 발병률이 높고, 호르몬 분비가 줄어드는 폐경기에 접어들면 발병률도 떨어진다.
50대 이상도 안심할 수 없다. 지난해 자궁근종으로 진료받은 만 55세 이상 환자는 2011년에 비해 2.5배 증가했고, △60~64세는 3.4배 △65~69세는 4.4배 △70~74세는 4.1배 늘었다. 이성하 미즈메디병원 산부인과 진료과장은 “중년이 되면서 호르몬 보조제를 복용하면 폐경기 이후에도 자궁근종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자궁경부암에 걸리면 성관계 후 경미한 질 출혈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갈색 냉처럼 피가 조금 묻어 나오는 정도지만, 암이 진행되면서 출혈량과 분비물도 증가한다. 2차 감염되면 악취가 동반된다. 암세포가 직장, 방광, 요관, 골반 등 주변 장기까지 번지면 직장 출혈, 혈뇨, 허리 통증, 배뇨 이상 등이 함께 나타난다. 다리가 붓거나 체중이 급격히 빠지는 환자도 있다. 자궁경부암이 어느 정도 진행된 단계라면 복강경 수술 등을 활용해 자궁을 절제해야 할 수도 있다.
자궁경부암의 초기 생존율은 높은 편이다. 암세포가 다른 곳으로 번지지 않는 ‘국한’ 단계에선 생존율이 94.1%(국가암정보센터 자료)에 달한다. 전체 암 생존율(88.1%)을 웃도는 수치다. 그러다 인접 조직이나 근처 장기로 퍼지는 ‘국소 진행’ 단계에선 73.7%로 낮아진다. 멀리 떨어져 있는 장기까지 암세포가 퍼진 ‘원격 전이’에선 생존율이 27%로 뚝 떨어진다.
자궁내막암 역시 에스트로겐 분비에 영향을 받는다. 자궁근종처럼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어지는 경우 암 고위험군에 속한다. 반면 임신이나 출산할 때 분비되는 프로게스테론은 에스트로겐과 반대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임신·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의 자궁내막암 발병률은 상대적으로 낮다. 비만도 자궁내막암의 원인 중 하나다. 비만과 함께 나타나는 당뇨병,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암 발병률을 높인다. ‘타목시펜’ 등 유방암 환자들이 장기 복용하는 호르몬제도 자궁내막암을 부를 수 있다.
자궁내막암의 약 80%는 1~2기에 진단된다. 1기에 진단되면 생존율이 약 95%다. 3~4기에 자궁내막암을 발견하면 재발률도 높고 예후도 나쁘다. 내막암 조직 유형에 따라 생존율이 크게 차이 나기도 한다. 같은 1기라도 자궁내막양세포 유형은 예후가 좋은 편이다. 반면 장액성이나 투명세포 유형은 1기라도 재발률이 30~40%에 달한다.
자궁경부암은 예방이 중요하다. HPV 백신을 맞을 경우 고위험 바이러스인 16형·18형을 99% 이상 예방할 수 있다. 현재 만 12세 여아는 국가예방접종 사업의 일환으로 HPV 백신을 무료로 맞을 수 있다. 정부는 무료 접종 대상을 만 17세 이하 여아로 확대할 계획이다.
자궁내막암에 대한 효과적인 백신은 없다. 조기검진이 중요한 이유다. 홍진화 고려대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상당수 환자는 질 출혈이 있을 때 곧바로 검진을 받은 덕분에 암으로 진행되기 전인 ‘자궁내막증식증’으로 판정받는다”며 “이 경우 수술 말고 약물치료만으로도 높은 완치율을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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