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등쌀에…제약·바이오업체 '홍역'

입력 2021-10-21 17:09   수정 2021-10-22 01:31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주가 급락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성난 소액주주들이 연대해 경영진 교체를 압박하고 주요 의사결정까지 가로막으면서다. 자금 조달 스텝도 꼬이고 있다. 매출 없이 ‘희망(신약 개발)’ 하나로 자금을 끌어와 회사를 운영하는 바이오벤처에는 치명적이다. 이대로라면 돈줄이 말라 임상에 차질을 빚는 곳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잇따르는 소액주주 단체행동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제약·바이오 종목을 모아 놓은 KRX300 헬스케어 지수가 연초 대비 30.1%(21일 종가 기준) 하락했다. 시가총액은 28조6000억원이 날아갔다. 2%가량 소폭 상승한 코스피·코스닥지수에 견주면 바이오 투자자 입장에서는 ‘날벼락’에 가깝다는 평가다.

소액주주 움직임은 거칠어지고 있다. 연초 대비 주가가 37% 빠진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주가를 올려놓지 않으면 지분 매도 운동은 물론 회사가 추진하는 상장 3사(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합병에 어깃장을 놓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마이크로 니들(미세 침)을 개발하는 라파스의 소액주주들도 정도현 대표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해 놓고 법원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신청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내세운 사내·사외이사 선임을 시도할 계획이다. 주가가 급락한 헬릭스미스 이사회에 소액주주 측 이사 2명이 선임된 사례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 소액주주도 연초 회사가 주주가치를 훼손했다고 주장하며 주주명부를 열람하는 등 힘을 과시했다. 연초 대비 주가가 3분의 1 토막 난 씨젠은 회사와 소액주주 간 다툼은 물론 소액주주끼리 분쟁이 발생하며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업계는 주주 달래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조중명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는 올 들어서만 일곱 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사들였다. 메디톡스도 이날 49억원어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아미코젠, 동구바이오제약도 자사주 매입 대열에 동참했다. ‘무상증자 카드’를 꺼낸 상장사는 20여 곳에 이른다. 주주와의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셀리버리는 이날 개인주주 대상으로 사업 소개 간담회를 열었다.

일각에서는 일부 주주의 집단행동이 바이오 회사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기업설명회(IR) 관계자는 “주주 친화적 경영을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오로지 주가 부양만 외치는 주주들의 등쌀에 보여주기에 급급하다 보면 본업이 흔들릴 수 있다”고 꼬집었다.
자금 조달에도 ‘빨간불’
피플바이오는 주가 급락에 200억원 자금 조달이 두 차례 밀렸다. 당초 8월 전환사채(CB)와 유상증자로 200억원이 회사에 들어올 예정이었지만 돈을 대기로 한 투자자들이 이탈하면서 일정이 이달로 늦춰졌다가 다시 11월로 미뤄졌다. 피플바이오 주가는 올해 최고가 대비 60% 하락했다.

파멥신은 주가 급락으로 CB 조기 상환 요청이 380억원가량 들어왔다. 사채권자들이 원금이라도 건지는 것이 낫다고 본 것이다. 파멥신은 511억원 규모 유상증자로 급한 불을 껐다. 제넥신은 코로나19 백신 글로벌 임상에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중이던 중국 바이오업체 아이맵 지분 일부를 팔아 360억원을 확보했다. 1200억원 규모 CB 발행은 주주들의 반발로 철회했다. 제넥신 관계자는 “자금 운용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자금 조달 여건이 더 팍팍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확실한 임상 스케줄이 없다면 (자금 조달이 용이했던) 예전과 다른 분위기를 실감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교직원공제회는 최근 주력 파이프라인(후보물질) 개발에 집중하지 않은 채 코로나 백신·치료제를 개발하겠다며 추가로 자금 조달을 시도하는 몇몇 바이오벤처에 경고성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벤처의 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기관투자가의 시각에 변화가 감지된다”며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한재영/이주현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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