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콩쿠르 키워드는 '개성'…자신만의 색채 있어야 주목

입력 2021-10-24 16:46   수정 2021-10-25 01:06


지난 21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폐막한 쇼팽콩쿠르 우승의 영예는 중국계 캐나다 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24)에게 돌아갔다. 2위는 일본 피아니스트 교헤이 소리타(27)와 슬로베니아계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가지예프(26)가, 3위는 스페인 피아니스트 마르틴 가르시아(24)가 차지했다. 결선 진출자 중 유일한 한국인 피아니스트 이혁(21·사진)은 아쉽게도 입상에 실패했다.

1980년 쇼팽콩쿠르에서 우승한 당타이손의 제자 리우는 결선에서 마지막 순서로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했다. 리우는 대회가 끝난 뒤 주최 측인 프레데리크협회와의 인터뷰에서 “경연 내내 새로운 연주방식을 고민하고 창의력을 유지하는 게 가장 고된 일이었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개성이 뚜렷한 연주자들이 올해 콩쿠르에서 상위권을 휩쓸었다. 리우도 자신의 개성을 한껏 녹여 연주했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연주자가 템포를 자유롭게 조절하는 루바토(rubato)를 양껏 담아냈다. 허명현 음악평론가는 “리우는 우승 자격을 갖춘 연주자였다. 다채롭게 피아노 선율을 뽑아내 관객을 현혹했다”며 “다른 결선 진출자들도 틀을 벗어난 연주를 펼쳤다. 정형화된 연주에서 탈피해 자기 음악을 선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상위권에 속한 연주자들은 피아노 선택부터 남달랐다. 올해 쇼팽콩쿠르 본선 진출자 87명 중 64명은 ‘스타인웨이 앤드 선스’를 골랐다. 1~3위에 오른 피아니스트는 이런 대세를 벗어났다. 1위 리우와 3위 가르시아는 결선에서 이탈리아 피아노인 파지올리, 2위 가지예프는 일본 피아노 가와이 신게루로 연주했다. 3위권 입상자 가운데 스타인웨이를 택한 연주자는 소리타가 유일했다. 황진규 음악평론가는 “브랜드별로 피아노 음색이 다른데, 명징한 소리를 내는 스타인웨이와 달리 가와이는 부드러운 음색을, 파지올리는 밝은 음색을 낸다”며 “자유롭게 브랜드를 고르게 한 건 각자 개성을 살릴 수 있도록 주최 측이 배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선 동아시아(계) 연주자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결선 진출자 12명 중 5명이 한·중·일 출신이었다. 특히 일본 연주자들이 좋은 성과를 거뒀다. 2위 소리타에 이어 아이미 고바야시가 4위를 차지했다. 아시아 피아니스트들이 기술적으로 완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허 평론가는 “대회 내내 한·중·일 연주자들은 유럽 피아니스트보다 피아노를 기술적으로 잘 다뤘다”며 “기교는 동아시아 연주자들이 확실히 앞섰다”고 평했다.

다음 대회부터는 정신력도 평가 기준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온라인 생중계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쇼팽콩쿠르는 2015년 처음 온라인 중계를 시작했고, 코로나19 확산 이후엔 모든 본선 무대를 생중계했다.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이제는 수십만 명이 자기 무대를 지켜본다는 부담감까지 이겨내야 한다”며 “이번 대회에서도 클래식 팬 수만 명이 중계를 지켜보는 가운데 비판과 옹호가 끝없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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