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장동 수사, 배임·직권남용 빼면 국민 납득하겠나

입력 2021-10-26 17:26   수정 2021-10-27 06:52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이 본격 시작되기 직전인 2015년 2월 6일 황무성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의 사퇴를 압박한 녹취록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공사 내 실권자인 유동규 기획본부장에 이어 ‘유투(two)’로 꼽힌 유한기 개발본부장이 사장을 찾아와 사퇴를 종용하는 과정이 낱낱이 담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도지사 사퇴를 연기하면서 받은 경기도 국정감사 뒤 여당은 ‘완승’으로 평가했지만, 뚜렷한 증거가 나오면서 대장동 의혹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녹취록에 시장이 7번 등장한다는 점이다. 당시 시장이 이 후보다. 황 사장이 “(사표를) 시장한테 갖다 주지 당신한테는 못 준다”고 버티자, 유 본부장은 “다 박살 난다”며 거듭 압박했다. 그래도 거부하자 “시장님 명”이라고 했다. 황 사장은 임기 1년7개월을 남기고 그만뒀다. 이게 사실이면 보통 일이 아니다. 현행 지방공기업법은 법 위반, 경영 부실 등 사유가 있을 때에만 경영진을 해임할 수 있게 했다. 황 사장은 해임 사유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사퇴를 압박했다면 직권남용이다. 이 후보는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부하 직원들이 임면권자인 시장에게 보고도 없이 중차대한 일을 처리했다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이 지사가 몰랐다면 직무유기다.

황 사장이 사직서를 내자 김만배 등에게 수천억원의 이익이 돌아가는 사업 구조가 짜였다.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배제해 성남시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게 된 것은 유동규 전 본부장이 사장 직무대리로 있던 때다. 그런데도 검찰은 그를 재판에 넘기면서 구속영장에 있던 배임을 쏙 뺐다. 최종 결재권자였던 이 후보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어제 문재인 대통령과 이 후보가 청와대에서 만난 것이 적절했는지 논란을 빚고 있다. 대통령이 여당 경선에서 승리한 대선후보를 만나온 관례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의 중심에 있다. 회동에서 대장동의 대 자도 나오지 않았다고 하나, 만남 자체가 수사 가이드라인을 암시한 것으로 읽히고 정치적 중립 의심도 피할 수 없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대통령은 다시 성역 없는 수사를 지시해야 한다. 검찰이 대장동 수사의 핵심인 배임과 직권남용을 빼고 꼬리자르기를 시도한다면 국민이 결코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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