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정규직 800만…아무리 눌러도 늘어나는 이유 모르나

입력 2021-10-26 17:26   수정 2021-10-27 06:52

비정규직 근로자가 806만6000명(8월 말 기준)으로 사상 처음 800만 명을 넘어섰다. 전년 동월(742만6000명)보다 68만 명 급증한 규모다. 전체 임금근로자(2099만2000명) 중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도 38.4%로 1년 만에 2.1%포인트 높아졌다.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며 요란을 떨었던 자칭 ‘일자리 정부’의 초라한 성적표다.

분석기간을 더 늘려보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의 허상이 보다 뚜렷하게 드러난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헬기로 인천국제공항공사를 깜짝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를 약속할 즈음 비정규직 비율은 32.9%(2017년 8월)였다. 이후 청와대가 앞장서서 ‘대통령 1호 지시’를 밀어붙였지만 비정규직 비중은 2019년 36.4%, 2021년 38.4%로 치솟기만 했다. 문 정부 출범 후 4년간 늘어난 비정규직 근로자만 150만 명에 달한다.

‘불공정’ ‘역차별’이란 거센 비난을 무릅쓰고 총력전을 펼친 정부로선 당혹스럽겠지만 예고된 실패다. 노골적인 친(親)노조 정책으로 고용시장 최강자인 정규직 근로자의 철밥통을 정부가 지켜주고 있는데 어떻게 좋은 일자리가 생길 수 있겠나. 노인·청년 ‘관제 알바’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 나라에서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것도 필연적이다. 10대 공기업에서만 4만90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민간기업도 거세게 압박했지만 대증요법은 한 줌의 ‘로또 취업자’만 만들어낼 뿐이다.

사실 ‘비정규직 제로’라는 과녁부터 잘못 설정된 것이다. 비정규직 10명 중 자발적으로 선택했다는 근로자가 6명(59.9%)으로 역대 최고다. 미래 혁신산업이 빅뱅 중이고 그에 맞춰 플랫폼 노동 등 다양한 근로형태가 등장하는 데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다. 정규직은 선(善), 비정규직은 악(惡)이라는 도그마에 갇혀 이런 거대한 변화를 거스르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고용시장 진화를 가로막는 행태다.

정부가 힘을 쏟아야 할 정책은 ‘채용 절벽’을 부르고 노동약자들을 더욱 나락으로 밀어넣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이다. 정규직 전환 상위 10대 공기업의 올 신규 채용도 이전 3년보다 평균 44% 급감했다. 민간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의 생산직 신입 채용은 매년 100명 선에 불과한데, 정년퇴직자 재계약은 올해(1~8월) 벌써 1400명이다. 노조와의 재고용 합의로 시니어 촉탁제도를 확대한 결과다. 머리띠를 두르고 떼쓰는 기득권 노조와 타협하는 한, 어떤 노동정책도 위선이다.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