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미리 만나는 '오늘 속 내일'

미래를 미리 알 수만 있다면…. 수많은 이의 꿈이다. 미래의 모습을 미리 접하는 것이 행복한 삶과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미래가 어떨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는 있다. 오늘의 트렌드와 변화가 내일을 구성하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새해를 두어 달 앞두고 한국과 글로벌 사회의 변화상을 짚어보고 분석하는 책이 여럿 나왔다.

《구독, 좋아요, 알림설정까지》(정연욱 지음, 천년의 상상)는 유명해지기를 갈망하는 2030세대의 속마음을 파헤친 책이다. 2000명 이상의 팔로어를 보유한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325명을 16개월에 걸쳐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 “구독, 좋아요, 알림설정까지, 잊지 마세요!”라거나 “‘좋아요’는 사랑이요, ‘구독’은 인정이고, ‘알림설정’은 약속”이라는 유튜버들의 외침에는 유명해지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욕망이 그대로 투영됐다.

예전 같으면 먼저 성공해서 유명해진 뒤 대중의 관심과 인정을 받는 게 순서였지만, 요즘에는 성공의 결과로 유명해지는 것은 흘러간 ‘옛말’에 불과하다. ‘한방’에 유명해진 뒤 부와 명성을 거머쥘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지루하고 해법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SNS만을 탈출로로 삼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한국 사회가 처한 현실을 가감 없이 반영한다.

《2022 트렌드 노트》(신수정 외 지음, 북스톤)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한국 사회가 매달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추적한 결과물이다. 매달 1만9000개의 키워드를 분석해 한국 사회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여유’와 ‘고급’을 대표하던 키워드들은 올 들어 급속하게 힘을 잃었다. 대신 ‘리스펙’ ‘생리얼’ ‘갓생’ 같은 신조어들이 급부상했다. 언젠가부터 나만의 것, 현실과 밀착된 것, 소신 있는 것이 멋있는 게 됐다. 한국 사회의 생생한 변화상이 거울 앞에서 주름 깊어진 얼굴을 마주 보는 것과 같은 ‘심리적 충격’으로 다가온다.

《2022 한국이 열광할 세계트렌드》(KOTRA지음, 알키)는 세계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선점하길 바라는 이들을 위해 준비된 책이다. 세계 84개국, 127개 무역관 직원들이 찾아낸 새로운 시장과 상품, 서비스 트렌드를 담았다. 가상현실로 정신과 치료를 하는 미국 실리콘밸리, 반려 로봇이 등장한 프랑스 파리, 우주에서 숙성한 와인을 선보이려는 벨기에 기업 등 다양한 비즈니스 사례를 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세계의 변화 흐름을 체득하게 된다.

《2022 트렌드 모니터》(최인수 외 지음, 시크릿하우스)는 △일상 △여가·문화 △업무와 생산 △사회 등 네 가지 측면에서 대중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확산 장기화로 소비자들이 당장의 감정적 만족을 미루고 미래가치에 투자하고 있다는 물밑의 큰 변화가 드러난다.

부동산 가격 급등과 암호화폐 부상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이 이런 분위기를 부추겼다. 이에 따라 ‘욜로의 종말’과 ‘투자 열풍의 지속’이라는 변화된 모습은 한동안 힘을 발휘할 것으로 저자들은 전망한다.

트렌드 변화를 짚어본 책들을 접하다 보면 어느덧 내 옆으로 미래가 성큼 다가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미래는 결코 막연하고 멀기만 한 존재가 아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