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이없는 인재로 드러난 KT '통신 먹통' 이번이 끝일까

입력 2021-10-29 17:10   수정 2021-10-30 09:08

지난 25일 전국 KT 유·무선 인터넷망 사용자들을 89분간 패닉으로 내몰았던 ‘통신 먹통’ 사고 원인이 기가 막힌다. 어제 정부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고는 KT 부산지사에서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장비를 교체하면서 세팅 때 입력해야 할 명령어 ‘한 줄’을 빼먹어 발생했다. 트래픽을 분산시키라는 명령어가 빠지면서 특정 서버로 트래픽이 몰려 전국적 불통 사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또 이런 중요 장비를 교체할 때는 응당 사전테스트를 해야 했는데 그것도 생략했고, 밤에 하도록 승인받은 작업을 이용량이 많은 낮시간에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3년 전 서울 아현동 통신구 화재사고를 계기로 만든 백업시스템 활용 매뉴얼도 무시했다. KT는 이런 중요 업무를 하청업체에 맡겨놓고 제대로 관리·감독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상식 밖의 어이없는 인재(人災)가 4000만 명 넘게 이용하는 제1 국가기간통신망 사업자에서 일어날 수 있었는지 의아할 뿐이다. ‘하인리히 법칙’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큰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반드시 작은 실수나 사고가 최소 수백 건 선행한다. 그런 오류들을 방치한 결과가 쌓이고 쌓여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KT에서 이런 기가 막힌 일들이 한꺼번에 터진 이유를 내부통제 시스템 부재나 마비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서는 아현지사 화재사고에 이어 이 같은 인재가 반복되는 이유를 KT 내부에 잔존한 무사안일의 공기업 문화로 설명하기도 한다. KT 경영진은 회사를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플랫폼기업’으로 변신시키려 하지만 아직 내부적으로 20년 전 공기업 타성이 남아 있어 조직 전체가 한 몸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쨌든 큰 혼란과 피해가 있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사고가 하청업체 직원의 단순 실수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만약 불순세력이 KT의 느슨한 내부통제를 틈타 마음먹고 일을 저질렀다면 그 결과가 어떠했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구현모 KT 대표는 사고발생 사흘 만에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 적극적 피해 보상을 약속했다. 그러나 과거처럼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수준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40년 전 설립, 19년 전 민영화에 이어 ‘제3의 창업’에 나선다는 환골탈태의 각오로 조직 전체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각오 없이 이번이 끝이라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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