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의힘 '反文·反李'만으로 유권자 선택받을 수 있겠나

입력 2021-11-01 17:14   수정 2021-11-02 06:48

국민의힘이 대선후보 최종 선출을 위한 10차례 토론회를 끝내고 어제부터 나흘간 여론조사(모바일·전화투표)에 들어갔다. 거대 여당의 오만과 실정에 실망한 국민이 많았던 탓에 이번 토론회는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았지만 오히려 독이 된 느낌이다. 비전과 정책보다 상대방 말꼬리를 잡고, 죽기살기식으로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모습으로 일관해 ‘과연 정권을 맡길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을 키우고 말았다.

2차 컷오프 토론이 ‘항문침’ ‘무속공방’으로 희화화됐던 만큼, 이번엔 비전과 정책 대결을 기대했지만 열 번의 토론을 막말과 흠집내기로 허송했다. 홍준표·윤석열 후보는 그제 마지막 토론에서도 ‘398후보’ ‘꿔준표’ 같은 신조어까지 동원하며 상대방 비하로 일관했다. ‘빈 깡통, 시한폭탄’ 같은 말폭탄은 기본이고, ‘공천권 협박’ 시비가 불거지는 등 구태정치도 되살아났다.

유승민·원희룡 후보도 ‘벼락출세했다’ ‘역겹다’며 인신공격에 가세해 실망을 안겼다. 유권자들이 보수야당에 기대하는 최소한의 품격이 사라진 토론은 시정잡배들의 막말싸움을 보는 듯했다. 지나고 보니 도덕성 논란이 큰 이재명 후보를 둘러싼 여당의 진흙탕 경선이 그나마 덜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비전과 정책은 없이 ‘내가 이재명을 잡을 수 있다’고 큰소리만 치는 모습도 실망스럽다. 이 후보는 반(反)시장적이고 포퓰리즘이란 비판을 받지만 ‘음식점 총량제’ ‘전 국민 100만원 지원금’ 등의 이슈몰이로 대선판 국면을 전환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후보들은 ‘준비 중이다’ ‘당과 상의해 만들겠다’고 할 뿐,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집권세력의 비상식과 폭주를 바로잡겠다면서 ‘어떻게’라는 기본적인 질문에조차 답하지 못해서야 어떻게 선거 승리를 말할 수 있겠나. 이래서는 대선 공약 개발에 정부부처를 동원하고 거대여당이 입법으로 지원하는 이 후보에게 판판이 당할 수밖에 없다.

국민 절반 이상이 정권교체를 원한다고 해서 벌써 김칫국부터 마신다면 대선은 필패다. 국민의힘 정당지지율이 40%를 넘나들지만, 이는 소위 진보정권의 위선에 대한 반감의 표시일 뿐이다. 5년 전 국민 심판을 받을 때와 무엇이 달라졌는지 보여주지 못한다면 여론은 ‘미워도 다시 한 번’을 호소하는 여당으로 또다시 기울고 말 것이다. 국민은 ‘반문(反文)·반이(反李)’ 수준이 아니라 국민의힘을 꼭 찍어야 할 이유를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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