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등 주요 자동차시장에서 신차 판매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생산은 줄어드는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가 대형차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늘고 있어서다.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미국 시장 평균 판매가격이 6만달러를 넘어섰다. 경쟁 브랜드인 도요타의 렉서스를 앞섰다.

브랜드별로는 제네시스의 평균가격이 1년 만에 29.7% 올라 상승률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작년 9월 4만6328달러에서 올 9월 6만87달러로 뛰며 처음으로 6만달러를 돌파했다. 렉서스(5만3316달러)보다 6771달러 비싸게 팔리는 셈이다. 현대차(3만3390달러)와 기아(3만3036달러) 가격도 각각 12.6%, 11.5% 오르며 3만달러대에 진입했다.
제네시스 가격 급상승은 작년 9월엔 미국 시장에 없던 GV80, GV70 등 고가 SUV가 올 들어 라인업에 포함된 영향이 크다. 그러나 8월(5만9148달러)과 비교해서도 1.6% 오른 만큼 고가 SUV에 대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월 제네시스 판매량은 작년 대비 331.5% 급증한 4867대를 기록했다.
경쟁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작년 9월 대비 가격이 두 자릿수 오른 브랜드 중 상당수는 SUV, 픽업트럭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도요타(14.8%), 혼다(15.8%), 포드(11.3%), 쉐보레(23.3%) 등이 대표적이다. 켈리블루북은 “9월 들어 중형 SUV 판매량이 8월에 비해 급증했다”며 “대형 픽업트럭 점유율도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대규모 생산 차질도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오토포캐스트솔루션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생산 차질 대수는 980만3174대에 이른다. 작년 판매 물량(7700만 대)의 13%에 달하는 수준이다. 인기 차종은 재고 부족이 심해지면서 권장소비자가격(MSRP)에 웃돈을 줘야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쌍용차는 지난달 최고 인기 모델인 티볼리 V3와 티볼리 R-플러스 모델 가격을 각각 70만원, 100만원 올렸다. 기본 옵션을 강화했지만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업계 전반의 신차 출고 지연이 가격 인상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반면 ‘가성비’가 무기였던 소형차들은 슬슬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저가 차의 심리적 저항선인 ‘2만달러(약 2350만원)’ 미만 차량이 특히 그렇다. 저가 소형차로 인기가 높았던 혼다 피트, 도요타 야리스, 포드 피에스타, 쉐보레 소닉 등은 미국에서 단종됐다. 오토모티브뉴스는 “업계에서 마법의 가격으로 불렸던 ‘2만달러’ 미만 차량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며 “첨단 기술을 장착한 비싼 차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옮겨가면서 완성차업체들도 이 라인업 차량을 단종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김일규/김형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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