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도크 재가동' 눈치싸움

입력 2021-11-04 17:46   수정 2021-11-05 01:35

조선업 슈퍼사이클(대호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5년 전 수주 가뭄기에 가동을 멈췄던 도크 활용 방안을 놓고 국내 조선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도크 재가동은 수주 여력을 높이지만 막대한 고정비 지출과 가격 협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선업체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중공업은 2016년부터 5년간 가동을 중단한 울산조선소 4·5도크의 재가동 계획이 당분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2016년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1342만CGT로 전년 대비 70% 급감하는 등 수주 가뭄이 이어지자 총 11개 도크 가운데 울산조선소 4·5도크와 군산조선소(도크 1기) 가동을 중단하고 8개 도크만을 활용해왔다.

이 같은 고민은 현대중공업만의 일은 아니다. 2017년 총 8기의 도크 가운데 2기의 가동을 중단한 뒤 2019년 말 이 중 하나를 재가동한 삼성중공업 역시 남은 1기에 대한 재가동 여부를 검토했지만 내년 재가동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일단 도크 재가동 논의에선 빠져 있다. 2016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존 7개 도크 가운데 2개의 플로팅 도크를 매각해 현재 남은 도크를 모두 가동하고 있어서다.

도크의 크기와 수는 조선소의 생산능력을 의미한다. 2007년 조선업 슈퍼사이클을 앞두고 국내 조선소들은 앞다퉈 초대형 도크를 도입하며 생산 능력을 높였다. 클락슨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세계 선박 발주량은 3754만CGT로 조선업 슈퍼사이클의 초입이던 2003~2005년 수준을 넘어설 전망이다. 신조선가지수 역시 150선을 넘어서며 2009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조선 빅3’는 올 3분기 만에 연간 수주목표를 초과 달성하며 2~3년치 일감을 확보했다.

그럼에도 조선사들이 도크 재가동에 보수적인 이유는 아직은 기회보다는 위험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수주 후 건조 착수까지 약 1년이 드는 선박 특성상 본격적인 건조는 일러야 내년 하반기에 이뤄지는 만큼 일단은 기존 도크 가동률을 최대한 높여 물량을 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2~3년간 올해 수준의 발주가 이어진다면 생산 여력을 높이는 전략이 맞을 수 있지만 아직은 불확실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발주사와의 가격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지키려는 전략적 판단도 도크 재가동을 고민하게 하는 요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도크 재가동 사실이 되레 가격 협상력을 낮추는 약점이 될 수 있어 업체 간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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