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99)이 지난 10월 관정교육재단 이사장으로 선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새삼 세간의 화제가 됐다. 관정교육재단은 그가 사재 1조5000억원을 기부해 세운 아시아 최대 장학재단이다. 그의 노익장이야 이미 잘 알려진 터인데, 재단 측은 “사실상 세계 최고령 CEO(최고경영자)”라며 기네스북 등록 절차를 문의 중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나이 한 살을 먹는다. 어머니 배에서부터 생명체로 자라온 기간을 나이 한 살로 치는 것이다. 그래서 첫돌, 즉 태어난 지 만 1년이 되는 날 두 살이 된다. 그것을 ‘세는나이’라고 한다. 일상에서는 세는나이를 쓰지만, 신문 방송을 비롯해 이력서나 공문서 등 공적 영역에서는 만 나이를 쓴다. 만으로 나이를 나타내는 말은 따로 없다. 그저 ‘만 나이’ 식으로 띄어 쓰면 된다.
‘만(滿)’은 시기나 햇수를 꽉 차게 헤아리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가령 2020년 11월 8일 태어난 아이는 2021년인 올해 11월 8일이 만 한 살이 된다. 그것을 ‘돌’이라 해도 되고, ‘주년(週年)’이라 해도 된다. 주년은 1년을 단위로 돌아오는 돌을 세는 단위다. ‘돌’이란 태어난 날로부터 한 해가 되는 날을 뜻한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게 1446년이니 “올해 한글날이 575돌을 맞았다”라고 하는 게 그래서다. 돌과 주년은 같은 뜻의 말이다. 이들은 ‘만 나이’를 기준으로 따지는 용법이다.
언론에서 쓰는 나이는 ‘만 나이’ 기준이 원칙이다. ‘팔순(八旬)’이란 여든 살을 가리킨다. 이것은 세는나이를 기준으로 한 말이다. 한자 旬(순)이 ‘열흘’이나 ‘10년’을 나타낸다. 한 달을 열흘씩 나눠 초순, 중순, 하순이라고 하는 게 그래서다. 나이로 치면 10년을 단위로 육순(예순 살), 칠순(일흔 살), 팔순(여든 살)이라고 한다. 이들은 모두 세는나이로 표시한 말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몇 살이라고 할 때는 다 세는나이를 쓴다.
종근당은 1941년 세워졌으니 올해 세는나이로 81세다. 만 나이는 80세, 즉 설립 80주년 또는 80돌인 것이다. 이게 헷갈리면 한 가지만 알아두면 된다. 만 나이는 세는나이에서 한 살을 빼면 된다. 만약 종근당이 팔순(세는나이로 여든 살) 잔치를 치렀다면 이미 작년에 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종근당이 올해 ‘팔순’을 맞았다고 한 게 어색한 까닭은 그래서다.
종근당은 정확히 말하면 작년에 팔순이 지났고 올해 ‘망구(望九)’를 맞았다. 망구는 나이가 아흔을 바라본다는 뜻으로, 여든한 살을 이르는 말이다. 국어사전에 나오는 나이 풀이는 세는나이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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