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비트코인 본위제' 실현될까

입력 2021-11-08 18:11   수정 2021-11-09 00:02

디지털 금(金), 비트코인의 별칭이다. 채굴량이 유한하다는 점에서 금과 비트코인은 언뜻 닮았다. 그렇다면 19세기 영국에서 도입돼 100년 이상 전 세계 화폐경제를 지탱한 금본위제처럼 비트코인도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14세기 전 세계를 휩쓴 흑사병은 실크로드를 통한 국제상업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졌고, 상업을 중시한 고려의 멸망과 조선의 건국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국제무역의 붕괴를 목도한 조선 관리들은 농본주의 경제정책을 내세웠고, 이는 결과적으로 상업 발전의 발목을 잡았다.

화폐경제를 통한 부국강병을 내다본 세종대왕이 금속화폐 도입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깊게 뿌리내린 농본주의와 더불어 화폐 주조에 필요한 구리, 은 등의 귀금속 부족은 안정적인 화폐 공급을 어렵게 했다. 이 때문에 화폐경제 도입 시도는 번번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안정적인 화폐 공급이 중요하다는 것은 19세기 미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890년대 금본위제의 미국은 심각한 디플레이션을 겪게 되는데, 이는 금 공급량의 부족 때문이었다. 금 공급 부족은 금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졌고, 갚아야 할 채무의 실질 가치를 높이며 채무자들을 괴롭혔다. 농민·도시근로자 등 채무자 지위에 있던 사람들은 금과 은의 병행 사용으로 화폐 공급을 늘리자는 복본위제를 요구했지만, 반대편의 채권자나 자본가들은 금본위제를 고수하면서 사회적 대립은 극에 달했다.

당시 출간된 아동문학 ‘오즈의 마법사’가 이런 극한 대립을 풍자했다고 하니 그때도 돈은 뜨거운 사회 이슈였던 것 같다. 이 같은 논란은 잇따른 대규모 금광 발견으로 금 공급량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해소됐지만, 안정적인 화폐 공급이 금융 안정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이 같은 역사를 살펴보다 보니, 문득 최근 경제 미디어의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비트코인이 떠오른다. 어려운 기술 용어 탓인지 비트코인을 선뜻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저금리 시대 인플레이션이 걱정되는 이들에게 꽤 매력적인 투자 자산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총발행량이 2100만 개로 제한돼 있고, 가치 변동성이 높고, 투자와 기술에 밝은 소수의 사람들에게 편중된 소유 구조를 감안한다면 과연 금·은·달러를 대체하는 비트코인 본위제가 가능할지 의문도 든다. 만약 비트코인 본위제를 가정하고 지난 5년간 90배 이상 폭등한 비트코인 가격 추이를 본다면, 비트코인 세상에서 이미 우리는 현기증 나는 디플레이션을 경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현재로서는 자산으로서의 가치와 화폐로서의 가치를 구분해야 하지 않을까? 다만,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민간 암호화폐도 진화 발전 중이라 하니 전통적인 화폐와의 패권 다툼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우리네 인생이라지만, 화폐의 내일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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