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 늘리는 삼양식품, 회사채시장 첫 노크

입력 2021-11-10 09:08  

이 기사는 11월 10일 09:0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삼양식품이 창사 이래 최초로 자본시장에서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한다. 삼양식품은 한류 열풍을 타고 불닭 볶음면이 해외에서 인기를 얻는 등의 기회를 발판삼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생산·물류 시설을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미국과 중국 등에 거점을 만드는 등 투자를 급격히 늘리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 출신 창업자 3세로 전병우 이사가 경영에 본격적으로 합류하면서 해외 사업도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다.
부채비율 67%알짜회사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다음달께 최대 1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조성중인 경남 밀양 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 스마트팩토리 신공장에 총 2100억원 가량이 투입되는 등 신규 자금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삼양식품은 1961년 창사 이래 은행 대출만 활용하며 보수적인 경영기조를 이어왔다. 삼양식품이 새 공장을 짓는 것은 1989년 강원 원주 공장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다.

삼양식품은 1961년 설립된 식품기업으로 삼양라면과 불닭 볶음면 등 인스턴트 면류가 주력 상품이다. 지난해 매출 6485억원, 영업이익 953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까지 꾸준히 매출과 영업이익이 성장해온 알짜 중견기업이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부채비율이 67.1%에 불과하다. 유동부채(1633억원) 대비 유동성자산(2190억원) 비율이 높고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803억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산업은행을 비롯해 국민은행과 농협은행 등으로부터 시설자금과 운전자금 등 장 단기 차입금을 대부분 연 1%대 금리로 빌려 쓰고 있다.

삼양식품은 최근 의욕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2015년엔 2908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영업이익도 이에 비례해 늘며 자신감을 얻었다. 경기 곤지암, 대전 등 주요 거점 물류센터를 이전·리모델링해 제품 보관 용량을 크게 늘리고 창고관리시스템(WMS) 도입 기반을 구축하기도 했다. 매출 급증을 주도하는 해외 부문에서도 올해 미국 현지 법인을 설립했고 중국법인도 연말 설립한다. 사업 다변화에도 나선다. 김정수 삼양식품 총괄사장은 창립 60주년을 맞아 ‘탈(脫)불닭’과 ‘탈중국’을 강조하고 있다. 더 많은 히트상품을 개발하고 수출 지역을 다변화해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난다는 전략이다.
올해 주춤하지만 내년에는 나아질 것
증권업계에선 삼양식품의 해외 직접 진출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지난해 삼양식품 매출의 57%가 해외 수출에서 나왔다. 이 가운데 중국, 미국, 일본의 비중은 각각 41%, 18%, 2% 가량으로 추정된다. 삼양식품은 2019년 에야 처음 일본법인을 설립했다. 중국은 그동안 현지 총판사업자와 계약을 통해, 그 외 국가 들은 각 지역 도매상들을 통해 제품을 수출해왔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에서 "미국과 중국에 법인을 설립하면 직접적인 영업과 마케팅이 가능해져 수익성이 개선되고 재고 관리 등에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들어 매출이 주줌하고 운임비 상승 등으로 수익성도 다소 악화되고 있으나 매출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한다. 삼양식품은 올해 상반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2876억원(영업이익 286억원)으로 지난해 매출 3304억원(영업이익 561억원)에 비해 실적이 악화됐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중국 수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는 팬데믹이 종식되면 이전의 실적을 회복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인기로 삼양라면의 인지도가 높아졌고, 제품 수출지역도 다변화되고 있다. 내년 밀양 공장이 2022년 2분기부터 가동되면 라면 연간 생산량이 기존 12억개에서 18억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글로벌 스텐다드 경영이 관건
삼양식품의 자본시장 데뷔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SG는 최근 회사채 투자기관들의 투자결정을 좌지우지한다. 삼양식품은 사회적 리스크로 큰 시련을 겪었다. 1990년대 '우지파동'으로 법적 다툼을 벌이던 중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부도 위기에까지 몰리기도 했다. 검찰과 식품 전문가들의 무지 때문에 기업이 피해를 입은 사례일 뿐만 아니라 기업과 대중 간의 의사소통 등 사회적 리스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례로도 회자된다.

몇 해 전엔 한국 가족경영 기업의 옛 관습을 버리지 못해 오너가 사법처분을 받았다.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은 회사 자금 횡령 등으로 징역 3년형을 받고 복역중이며, 배우자인 김정수 총괄사장 역시 집행유예중이다. 김 총괄사장은 지난해 법무부로부터 취업 승인을 받고서야 업무에 복귀했다. 전 회장 부부는 2008~2017년 삼양식품이 계열사로부터 납품받은 포장박스와 식품 재료 일부를 자신들이 세운 페이퍼컴퍼니로부터 납품받은 것처럼 꾸며 49억여원을 사적 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유죄로 인정됐다.

삼양식품은 지난 3월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관련 제도를 정비했다. 올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 ESG 평가에선 작년 보다 두 단계 상승한 A 등급을 받기도 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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