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성환 "美·中 갈등 상황에서 경제·외교 같이 가야…외교통상부 부활을"

입력 2021-11-15 17:17   수정 2021-11-16 00:14


“미·중 갈등이 심해질수록 경제와 외교는 떼려야 뗄 수 없게 됩니다.”

김성환 동아시아재단 이사장(69)은 15일 서울 신교동 사무실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중 갈등의 파고(波高) 속 한국 외교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김 이사장은 “경제는 외교와 같이 가야 한다”며 “통상 기능을 외교부로 환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교·통상 전문가로, 마지막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냈다.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태재아카데미의 초대 원장에 지난 2일 취임했다.

▷미·중 갈등이 한국 외교가 맞닥뜨린 위험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국은 국익 수호를 위해 외교가 필수적인 나라입니다. 정치인들은 내정(內政)을 중요시합니다. 과거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는 말로 큰 호응을 이끌어냈습니다. 하지만 경제는 외교와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같이 A4 용지 일곱 장이 넘는 긴 분량의 공동성명은 본 적이 없습니다. 공동성명엔 경제와 외교 안건이 모두 혼합돼 있었습니다. 공급망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이상 순수 경제 문제가 아니라 외교 문제가 됐습니다.”

▷요소수 사태에 외교부의 대처가 늦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통상이 외교부에서 떨어져나간 게 안타깝습니다. 통상교섭본부가 산업통상자원부로 넘어간 뒤 외교부 내에서 경제외교 분야가 대폭 축소됐습니다. 과거 외교통상부에서 통상이 차지하던 비율과 현재 산업부에서 통상이 차지하는 비율을 비교해보면 분명합니다. 보다 책임감을 부여받을 수 있는 부처가 전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통상 기능을 외교부로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부 초반에 ‘외교부 패싱’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한국 외교의 최전선에 나가 있는 주요국 대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반드시 외교부 출신이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분명한 자격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뜻입니다. 과연 지금 그런 원칙이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경험있는 전문가들에 대한 존중이 과거에 비해 약해진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어느 정부에서든 외교는 외교부가 중심이 돼야 합니다.”

▷여야 대선 후보들의 외교·안보 공약에 대해 어떻게 평가합니까.

“이재명·윤석열 후보 모두 외교 경험이 없는 분입니다. 아직 명확한 외교·안보 공약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다만 어느 후보든 당선된 뒤엔 국익을 위해서라면 지지층의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공약을 수정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과 다르고 지지층이 반대하는 외교도 펼쳤습니다. 진정한 지도자라면 그런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파이브아이즈’나 ‘쿼드’에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나요.

“어떤 다자 협력체라도 요청이 오면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협력체도 공식적으로 중국을 겨냥했다고 하지 않습니다. ‘중국 견제용’이라는 것은 언론과 학계의 해석입니다. 요청이 있고 외교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참여해야 합니다. 요청 주체가 미국이든 중국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이 주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한국이 가입하는 것도 지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다자 협력체에 최대한 많이 참여해야 외교 입지가 넓어집니다.”

▷그럴 경우 중국이 경제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그런 결정은 우리의 주권적 결정입니다. 주권적 결정에 대한 반발을 일일이 신경써서는 안 됩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당시 아쉬운 점은 결정한 뒤 중국에 대한 설득이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사드는 기본적으로 북한 미사일로부터 우리를 지키기 위한 무기 체계입니다. 중국은 아직도 사드 보복을 완전히 해제하지 않았습니다. 한·중 관계가 정상 궤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중국이 경제 제재부터 풀어야 합니다.”

▷정부는 미·중 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애당초 정부가 양국 사이에서 ‘모호성’이라고 얘기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한·미 동맹과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어느 정부에서든 같이 끌고 가야 할 과제입니다. 국익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양국을 설득해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한·일 관계가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6개월 사이에 진전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봅니다. 기시다 후미오 신임 일본 총리는 2015년 외무상 시절 한·일 위안부협정을 만든 당사자입니다. 본인이 만든 걸 한국이 지킨다는 확신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우선 양국 간 고위급 회동부터 빨리 재개돼야 합니다. 모든 외교의 시작은 만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특히 한·일 관계는 ‘톱다운’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합니다. 양국 정치권 모두 외교를 표에 연결시키는 것을 지양해야 합니다.”

▷최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북방정책을 높게 평가하셨습니다.

“북방정책은 한국이 처음으로 대외적으로 이름을 내걸고 펼친 외교 정책입니다. 성과도 많았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북한과 비핵화 공동선언도 했고, 남북 기본합의서도 이 바탕에서 체결됐습니다. 남북 기본합의서 체결과 한·소련 수교는 미국과의 사전 협의가 바탕이 됐습니다. 우리 외교에 주어진 한·미 동맹을 잘 활용해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는 점은 현재 남북 정책과 외교에도 주는 시사점이 많습니다.”

▷미·중 갈등이 대만해협을 둘러싼 군사 갈등으로까지 격화되고 있습니다. 한국 안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십니까.

“유사시에도 한국이 직접 참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부분에 대해서는 합의했기 때문에 주한미군이 투입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미·중 간 무력충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쉽게 무력충돌로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최근 태재아카데미의 초대 원장으로 취임했습니다.

“2013년 퇴임 후 서울대와 한양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외교를 가르치는 것이 학생들의 취직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게 마음 아팠습니다. 작년 동아시아재단 이사장직을 맡게 된 것도 외교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다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사재 수 천억원을 출연해 태재아카데미를 설립하셨다는 말을 듣고 국가가 해야 할 일을 기업인이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은 시간은 미·중 경쟁 속에서의 한반도 미래를 선도하는 전략 개발과 외교 전문가 양성에 힘 쓸 생각입니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김성환 동아시아재단 이사장 약력

△1953년 서울 출생
△1971년 경기고 졸업
△1976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76년 외무고시 10회
△2001년 외교통상부 북미국장
△2002년 주우즈베키스탄 대사
△2006년 주오스트리아 대사
△2008년 외교통상부 2차관
△2008~2010년 대통령실 외교안보수석비서관
△2010~2013년 제36대 외교통상부 장관
△2020년~ 동아시아재단 이사장
△2021년~ 태재아카데미 원장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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