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금융회사들의 메타버스(3차원 가상공간) 사업이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메타버스 내 광고모델을 채용하기도 하고, 가상 야구장과 대학 캠퍼스 등에서 이벤트 행사를 펼치기도 한다. 주요 은행은 고객의 아바타가 업무를 볼 수 있는 가상 점포를 조성하는 작업에도 들어갔다. 메타버스에 익숙한 미래 고객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한 변신이라는 분석이다.
은행들의 화두가 된 ‘메타버스 점포’는 신한은행이 가장 먼저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신한은행은 최근 메타버스 서비스를 구현할 개발업체 선정을 마쳤다. 가상공간에서 금융 서비스나 생활금융 서비스를 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신한은행은 공식 스폰서로 참여 중인 한국프로야구를 활용해 메타버스 내 야구장 팬미팅 이벤트를 열고 숙명여대 축제인 ‘청파제’를 메타버스 공간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메타버스 전담 조직인 ‘디지털혁신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고, 최근 메타버스 가상공간인 하나월드를 열고 딜링룸, 위변조 대응센터 등 은행 고유의 공간과 미로, 보물창고 등 체험 콘텐츠를 마련했다. 우리은행도 은행권에서는 유일하게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네이버랩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대표 기업 200여 곳이 참여 중인 ‘메타버스 얼라이언스’에 가입했다. 아바타로 지점에 방문한 고객을 인공지능(AI) 은행원이 응대하는 등 차별화된 사용자경험(UX)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은행들은 메타버스 점포가 새로운 금융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대면 점포를 줄여 핀테크, 인터넷전문은행과 경쟁하려는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메타버스 금융 생태계’가 본격화하려면 가상공간 내 개인정보 보호 문제, 금융상품 판매 범위 등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메타버스 사업의 성패는 사업성 있는 결과물을 얼마나 이끌어내는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훈/박진우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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