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비관론 다시 고개…“결국 사고 날 것”

입력 2021-11-18 09:31  

이 기사는 11월 18일 09:3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금리 움직임도 심상치 않은데, 결국 큰 사고들이 생길 겁니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 담당 임원은 17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가 앞으로 증권산업의 큰 위험으로 떠오를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방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의 방향 전환이 심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관측에서다.

여의도에서 PF 대출 사업 관련 비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시장금리가 크게 오르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급증한 증권사 우발채무의 현실화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국내 증권사들은 그동안 PF 유동화증권 등을 유사시 대신 갚아주는 ‘신용 보강’ 약정을 통해 부동산 개발시장에서 대규모 수익을 올려왔다. 부동산 경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한 2012년 이후 시공사나 저축은행 같은 옛 ‘보증인’을 대체하면서 짭짤한 보증수수료를 챙겼다.

많게는 보증금액의 5%를 웃도는 이런 수수료 수익의 증가는 국내 ‘PF 대출 유동화증권’ 발행, 증권사 우발채무의 급증으로 나타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PF 대출 유동화증권의 발행 규모는 올해 1~6월 23조3000억원에 달했다. 작년 상반기 11조3000억원의 두 배를 웃돈다. 이 가운데 약 80%는 부실화시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원리금을 대신 갚아주는 형태의 약정을 맺고 있다.

투기적으로 보이는 이런 PF 대출 보증은 그 규모의 급격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위험하지 않은 사업으로 평가받아왔다. ‘워치 독’ 신용평가사들은 “대부분 낮은 담보인정비율(LTV) 등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증권사 PF 우발채무의 급격한 확대를 이유로 신용등급을 강등한 사례도 거의 없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PF 대출 익스포져가 가장 큰 메리츠증권이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5년 동안 메리츠증권에 ‘AA-(안정적)’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이달 초 “스트레스 테스트를 제대로 해보라”며 경영유의를 요구하는 수준에 그쳤다. PF 익스포져가 회사를 위기로 내몰 수 있다는 객관적 자료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최근 수년 간 증권사들이 거둬들인 막대한 이익은 PF 대출 보증의 급증을 ‘안전한 거품’이라 믿기 어렵게 한다. 중소 증권사인 한양증권의 경우 PF 사업에 힘입어 사상 최대 이익을 경신할 전망이다. 올해 1~3분기 IB 부문에서만 전년 동기 대비 70% 증가한 1180억원의 누적 영업수익을 올렸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PF 관련 수익이 순영업수익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과급의 PF 사업부 쏠림도 두드러진다. 올해 상반기에만 방창진 한국투자증권 PF1본부장(19억9000만원), 신주용 한국투자증권 프로젝트금융부 부서장(14억2000만원)을 비롯한 많은 PF 담당자들이 수익 기여를 인정받아 5억원 넘는 급여를 받았다.

PF 사업 확대에 비판적인 IB업계 관계자들은 “당장 위험 징후가 없다고 해서 증권사가 ‘부동산 개발업자’로 변신한 상황을 정상으로 보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다른 증권사의 한 부동산 대체투자 담당자는 “증권사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 장세를 타고 다시 공격적인 PF 대출 보증 영업을 펼치고 있다”면서 “전통 IB 업무를 압도하는 수익을 올리는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는 일은 누가봐도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가파른 금리 상승이 상황을 뒤집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작년 8월 최저 0.79%까지 하락했다가 이달 초 최고 2.11%로 상승했다. 최근 수년 간의 금리 하락은 부동산 관련 사업의 수익을 키우고, 부실은 감추는 역할을 해왔다. 반대로 금리 상승은 이자부담을 키워 무분별하게 빚을 낸 시행사의 부실화를 앞당길 수 있다. 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도 분양수입으로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시행사들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 증권사 임원은 “부동산 심리가 무너지면 지방 부동산을 중심으로 시행사 채무상환 실패가 잇따를 수 있다”며 “PF 부실화 충격은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의 건설회사와 저축은행에 그랬던 것처럼 증권산업을 덮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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